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기환)가 운영하는 KF아세안문화원(부산 해운대구 소재)은 오는 8월 20일(화)부터 11월 3일(일)까지 기획전시 《바나나 잎을 땋는 마음으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세안의 오랜 직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아세안의 모습을 조명할 예정이다.

‘바나나 잎을 땋듯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열대의 섬유미술

섬유 미술은 최근 주요 국제 비엔날레 및 미술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르로 떠올랐다. 그간의 흐름이 ‘탈식민주의’, ‘여성주의’ 등 현대사회의 주요 인문학적 담론을 통찰해 왔다면, KF아세안문화원의 전시에서는 기존의 사회학적 접근을 너머 숨 가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치유’와 ‘즐김’, ‘재생’의 시간을 선사하는 직조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출신 작가 이 이란(Yee I-Lann)은 코타키나발루의 현지 여성들과 함께 직조 매트인 ‘티카르(tikar)’ 전통 회복을 통해 어업에 의존하는 소수민족 공동체에 대안 경제를 창출한다.

▲제럴딘 하비에르(Geraldin Javier)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가 치유의 시간을 보낸 정원 ‘카사 아줄(Casa Azul garden)’을 재해석한다. 관객은 그녀의 정원에 자생한 다채로운 동식물이 수놓인 부드러운 실크 천 사이를 오가며 마치 실제 그녀의 정원에 초대받은 듯 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보르네오 출신의 중국계 말레이시아 작가 마르코스 쿠에(Marcos Kueh)는 재기발랄한 형태로 옥황상제를 재현한 4미터 길이의 대형 태피스트리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번영’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티파니 로이(Tiffany Loy)는 물에 녹는 섬유의 성질을 활용하여 평면 장식으로만 여겨지는 자수를 3차원 입체로 구현한다.

▲신예선 작가는 베개와 울, 인공 모발 등을 조합하여 생경하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신체를 재현한 작품으로 복잡한 현대인의 일상에 한 줌의 위트와 쉼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부산영상위원회와 협력을 통해 FLY(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 프로그램, Film Leaders Incubator)에 참여했던 필리핀의 주목받는 영화감독 카를로 엔시소 카투(Carlo Enciso Catu)가 제작한 영상도 함께 소개한다. 카투 감독은 이번 전시에 맞추어 세부지역의 대표 길거리 음식인 푸소(Pusó)에 얽힌 이야기와 한국의 관객들이 따라 만들 수 있도록 푸소 접는 법을 영상으로 담아 전달한다.

전시 연계 행사로 10월에는 니팅(knitting)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본 행사의 세부일정은 KF아세안문화원 누리집(www.ach.or.kr)을 통해 향후 확인할 수 있다. KF아세안문화원 관계자는 “숙련된 기술 없이도 얼기설기 땋을 수 있을 것 같은 바나나 잎처럼 무더운 여름, 휴가를 떠나는 기분으로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