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르
세계에서 유일하게이혼이 없는 나라?
필리핀의 결혼문화 이모저모글. 아세안 랩 김시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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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이혼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법으로 이혼을 금지하고 있다면? 거짓말 같이 들리겠지만 실제로 이혼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필리핀이다.
사실 전 세계에서 이혼을 금지하는 국가는 두 개국 ‘바티칸 시티’와 ‘필리핀’이다. 바티칸 시티는 교황청이 속한 특수성이 강한 국가인 것을 감안하면 필리핀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 역시 80% 이상이 가톨릭인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만큼 가톨릭의 이혼 금지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법률은 1954년 이후 이혼을 규정하지 않으며, 이혼에 관한 법적 조항이 없는 유일한 UN 회원국인 셈이다.
필리핀의 결혼 제도는 우리나라와 같이 서류 한 장으로 끝나는 간단한 신고제가 아니라 결혼 허가제이다. 결혼식장을 예약하려면 사전에 결혼에 대한 자격증을 신랑과 신부가 획득해야 한다. 자격증을 발급 받기 위해서는 출생증명서, 미혼증명서 등의 서류뿐만 아니라 결혼 관련 상담도 필수로 받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족계획, 책임감 있는 부모에 관한 세미나 등도 이수해야 한다. 결혼식만 하더라도 준비할 게 많을 텐데 결혼 증명서 발급 받다 지칠 것 같은 기분이다.
결혼이 힘든 만큼 이혼도 힘들다. 아니 이혼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필리핀에서는 이혼가정 없이 모두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이혼이 아닌 결혼 무효소송을 하는 것이다. 즉 혼인했다는 사실 자체를 무효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혼인을 무효화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가 존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간도 1년 이상, 비용도 최소 500만 원으로 필리핀 서민 입장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무효소송에서 승소를 하게 되면 이혼이 아닌 미혼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결혼도 이혼도 힘들다 보니 필리핀에서는 결혼 자체를 안 하고 동거만 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후 이혼을 하고 싶은 경우라도 서로 합의 하에 서류상 혼인 상태인 채로 별거나 다른 파트너를 만나는 경우도 흔하다. 엄격한 가톨릭 국가라 낙태도 금지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리핀에서는 혼인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의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다만 싱글맘이 흔해서 싱글맘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고, 싱글맘도 사회적으로 당당하고 또 생활력도 강하다.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고 또 어떻게 보면 개방적인 필리핀의 결혼문화. 이러한 필리핀에서는 이혼법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오래 전부터 불고 있다. 이번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필리핀에서도 합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는 날이 올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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