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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건축과 도시공간: 에릭 크리스탄토와의 인터뷰

인터뷰
자카르타의 건축과 도시공간:
에릭 크리스탄토와의 인터뷰
 
스튜디오 코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항상 인도네시아로 돌아와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시장은 매우 크지만 디자인에 대한 안목은 협소한 곳이다 보니 젊은 건축가 입장에선 큰 기회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2015년에 스튜디오 코타를 열기 전에는 홍콩에 있는 건축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이랑 수많은 경쟁에 뛰어들었고, 중독자처럼 빠져들었어요. 그렇게 경력을 쌓고 난 후에 자카르타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스튜디오 코타를 열게 되었죠.
함께 일하는 분들은 얼마나 되나요? 각자의 역할도 궁금합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스튜디오입니다. 네 명의 건축가가 있고, 인턴들이 함께 합니다. 우리는 각자 일을 나누어하기 보다는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의견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일을 합니다. 리서치, 디자인 스터디, 설계도 작성에서 프로젝트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서 함께 참여하죠.
구성(composition)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직관적인 형태보다는 프로젝트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건축부지에 대한 지형학일수도 있고, 나무들이라던가, 건축계획 구성, 순환, 구조, 그 밖에 많은 것들이 프로젝트의 맥락을 이룹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건축물 구성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요. 단순히 미학적인 측면이 아닌 동적인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것들이 좋습니다.
스튜디오 코타의 작업에서 고대나 현대 인도네시아의 유산들과의 접점이 있을까요?
우리는 각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측면들을 고민해요. 각각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맥락을 갖고 있고,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죠.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에서는 열대환경이나 인도네시아 건축의 지역적인 특성들에서 원칙들을 가져오지만, 시각적이나 브랜드 전략으로 활용하진 않습니다.
자신도 타워(Jasindo Tower), 세람비 아세안(Serambi ASEAN), 그리고 대구에 제안했던 ‘만남의 집(The Meeting House)’ 제안을 위한 디자인 과정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의 형태들을 조합해서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보여줬죠. 스튜디오 코타의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기하학(Geometries)으로 복잡한 건축 계획(Building Program)을 간결하게 만들어냅니다. 공간을 범주화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데,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도움을 주죠. 우리는 디자인을 3차원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때로는 우리 스스로 보고 검토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큰 덩어리를 활용해서 공간을 구성하기 시작하면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거든요. 예상치 못한 빈 공간이나 틈새, 이상한 모퉁이, 작업 결과로 틀어지거나 얼빠진 형태가 나올 수도 있고요. 이러한 과정들은 내부 공간의 형태를 이해하고 구성하는데 도움이 되죠.
뉴욕에서 진행한 만화박물관(MoCCA) 건축 프로젝트와 인도네시아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Indonesia) 프로젝트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어요. 만화박물관의 설계는 개별 모듈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반대로 인도네시아 내셔널 갤러리는 열린 공간이 특징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선보였던 ‘매듭 벤치(Knot Bench)’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어요. 두 프로젝트 모두 박물관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두 프로젝트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요?
만화박물관은 10년 전에 했던 작업인데, 좋은 기회였었어요. 그 당시에는 건축의 보다 진지한 측면에 대한 생각을 덜했습니다. 만화의 말풍선을 건축 설계에 응용했었죠. 지적하셨던 것처럼 서로 다른 설계를 한 덩어리처럼 만든 것인데, 모자이크 같은 설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작은 부분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는 설계였습니다.
인도네시아 내셔널 갤러리를 위해서는 미술관에 대한 전형적인 유형들을 피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는 통합된 계획을 갖춘 컴팩트한 건물을 제안했습니다. 전체 부지에서 미술관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원을 조성했어요. 이 공원은 빗물을 배수하는 기능도 함께 갖고 있는데, 자카르타는 홍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죠.
내셔널 갤러리 건축 구성은 두 개의 큰 덩어리로 나누어졌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과 열리지 않는 공간이죠. 우리는 두 공간을 수직으로 배열했어요. 위에서는 전시를 하고 하단에는 전시를 하지 않는데, 두 공간 사이에는 입장을 위한 테라스가 들어갑니다. 새 박물관은 문화유산이 된 기존 박물관 건물의 배경이 되는 동시에, 예술작품을 담는 하나의 선반이 될 거예요.
공원과 학교, 교육시설 설계 중에서는 ‘세콜라 가리스 데판(Sekolah Garis Depan)'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공시설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빌딩을 설계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공공시설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세콜라 가리스 데판은 인도네시아 동부에 있는 파푸아의 외딴 지역에 만들어졌어요. 식량부족, 삼림파괴, 안전과 교육 같은 문제들이 있었어요. 저희는 사각형 부지에 단층 건물, 그리고 안뜰이 있는 형태의 설계안을 제안했습니다. 학생들이 좀 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한 편으로는 학교를 짓기 위해 사라진 삼림 공간을 일정부분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 학교의 한 가운데에서 숲이 다시금 생산적인 경관이 될 수 있도록 했어요. 정원은 학생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안전한 환경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건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 프로젝트였어요.
모든 건축물들은 각자 뜻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의 의도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건축이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용자들이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를 물리적인 공간에 디자인하는 작업을 수행하죠. 이런 부분들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영향을 줘요. 물론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는 없죠. 저는 공간을 계획하더라도 일정부분 사람들이 스스로 공간을 이용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정도의 자유도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당신의 작업이나 다른 건축가의 작업에서 이러한 영향이 현실이 된 적이 있나요?
비록 우리가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피스 KL 프로젝트의 일부로 디자인한 작은 야외무대를 직원들이 꾸준히 활용하는 모습을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문화행사를 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근로자들이 근무가 끝나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활용했어요. 서로 함께하며 공간의 감각을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홍콩 타마르 공원에 설치한 우리의 공공조형물 “인피니티 써클”과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 역시 흥미로운 사례였어요. 우리는 사람들이 그 아래서 요가를 하는 모습, 어린이들이 숨바꼭질을 하거나, 조형물 위로 올라가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봤어요. 이런 모습들은 프로젝트의 규모와 상관없이 건축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을 보여줬어요.
건축가로서 자카르타의 도시공간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카르타는 자동차를 위한 도시로 알려져 있죠. 차창 너머로 도시를 내다보는 걸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아서 인도가 매우 협소합니다. 그러다보니 거리에서의 삶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통해 좀 더 걷기 좋은 도시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다른 한 편으로 자카르타 근교에 더 많은 특징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자카르타는 다양성을 갖춘 도시지만, 어딜 가든 풍경이 비슷해 보이거든요. 문화적인 존재감이 더해진다면 비즈니스 외의 목적으로 자카르타를 방문할 이유가 더 생길 수 있어요.
쇼핑몰을 제외한 적절한 공공 공간과 시설도 부족한 것이죠. 더 많은 건축가가 디자이너로서 뿐만 아니라 결정권자로서 공공 영역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도시계획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자카르타의 문화와 기후, 역사는 어떻게 자카르타의 도시공간을 만들어냈습니까?
다소 복잡한 문제입니다. 각각의 요소는 자카르타의 개발계획과 도시공간에 기여했어요. 제 생각엔 자카르타의 건축은 아직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여전히 진화하는 단계에 있고, 열린 해석의 여지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카르타 또는 인도네시아 건축이 실제로 어떠한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축가로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건축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서로 다른 계획과 방식으로 도시에 기여한 건축물들을 좋아해요. 공공영역에서의 건축을 즐기고, 도시 생활에 기여할 수 있을 때 기쁨을 느끼죠. 스튜디오 코타는 스타일에 치중한 접근 방식과 미리 결정된 미학적 기준에서 자유롭고 프로젝트에 맞춘 건축을 발전시켜 나가려고 해요. 건축가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미래를 위한 디자인인 만큼, 문제해결자로 나서기보다 건축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