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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트렌드
말레이시아, 새로운 미디어 주인공들에게 빠지다
글: 고영경
(말레이시아 선웨이대학교의 어카운터빌리티 & 거버넌스 연구센터 시니어 리서치 펠로우)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위주로 한 소셜미디어에서 영상콘텐츠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틱톡과 유튜브에 매료되었다. ‘매운 라면 먹방’이나 ‘달고나 커피 만들기’, ‘아무 노래’ 챌린지와 같은 신한류 콘텐츠도 모두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눈 깜짝할 새 전 세계로 전파되었는데, 스마트폰 속 동영상에 익숙한 밀레니얼과 ‘코드가 통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탓에 3월 18일부터 시작된 이동금지 조치로 2달여 넘게 집에만 갇혀있던 이들은 더더욱 뉴미디어 플랫폼의 영상 콘텐츠에 빠져들었다.
특히,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게임과 운동, 요리, 코미디 등을 다룬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다. 이는 말레이시아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운동 및 요리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은 ‘건강’ 그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몸을 가꾸고자 하는 말레이시아 청년들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된 상황으로 실내에서 따라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콘텐츠의 수요는 부쩍 늘어났다. 말레이시아의 인기 트레이너 조던 여우 피트니스(Jordan Yeoh Fitness)와 조안나 소우(Joanna Soh)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각각 2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조던은 남자를 대상으로 근육질 몸짱이 되기 위한 프로그램을, 조안나는 운동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를 위한 건강식 레시피까지 소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영어 채널 시청이 용이하다는 점과 인구가 3천1백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 적지 않은 숫자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유튜브 채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라디오 디제이로 유명한 진 림(Jin Lim)과 광고계에 종사하는 루벤 캉(Reuben Kang)의 지니보이TV(JinnyboyTV)다. 2011년에 시작된 지니보이TV는 현재 구독자만 108만 명이며 전체 1억8천5백만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코믹한 패러디와 인터뷰, 시트콤 같은 커플들의 이야기, 잔잔한 가족 스토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고 현재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자리 잡았다. 지니보이TV는 진 림과 루벤 캉이 제작한 단편 영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두 사람이 함께 영상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개설되었다. 그들은 말레이시아의 생활상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템을 짧고 유쾌한 영상으로 만들었고, 트렌드를 읽는 두 사람의 능력이 대중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 채널에서는 강남스타일 패러디부터 ‘코리안 스파이시’의 대명사가 된 매운 소스 먹방 등 한류를 소재로 한 콘텐츠도 종종 등장한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가 공존하는 사회다. 인종만큼 종교와 언어도 다양하기 때문에 영어로 된 콘텐츠, 혹은 갈등의 요소가 전적으로 배제된 공통의 관심사로 웃음을 주는 콘텐츠가 접근하기 쉽고 구독자 수도 많다. 말레이시아의 현재와 젊은이들의 문화가 궁금하다면 뉴스를 검색하는 것도 좋지만,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화제가 되는 채널과 콘텐츠에서 더 생생한 정보와 트렌드를 찾아낼 수 있다. 전 세계 어디나 그렇듯이.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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