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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음식의 천국, 말레이시아

아세안 라이프​ 

발효음식의 천국, 말레이시아​ 

 

​글: 양향자 (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 ) 

 

< 사진 1 >부두에 사용되는 작은 생선들

 

연평균 기온이 28~32도 사이로 늘 따뜻하며 9월부터 3월까지 우기가 이어져 삼모작이 가능한 말레이시아는 그야말로 발효음식의 천국이다. 미생물이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발효’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만든 음식 속에는 대개 우리 생활에 유용한 유산균이 가득하다. 한국에는 김치, 독일에는 사우어크라우트가 있고 일본에는 낫토, 이탈리아에는 살라미, 인도네시아에는 템페, 불가리아에는 요구르트, 호주에는 베지마이트 등··· 국가별로 그 나라의 기후·특성·지리적 환경에 따라 발효음식이 몇 가지씩 존재한다. 필자는 자국민의 식생활을 건강하게 지켜주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발효음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사진 2 > 타페이

 

   말레이시아는 콩, 쌀, 두리안, 새우 등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한 발효음식이 발달했다. 가장 대표적인 발효음식 템포야크(Tempoyak)는 지옥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두리안’으로 만든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오래전부터 두리안을 대량생산했는데, 미처 소비하지 못한 잉여 두리안이 늘어나자 이 과일에 지혜를 담아 발효음식으로 발전시켰다. 템포야크는 씨를 모두 뺀 두리안에 잘게 썬 고추와 소금을 넣어 만든 말레이식 조미료다. 보통 반찬처럼 밥과 함께 먹고, 우리나라의 짠지와 비슷한 맛이 난다. 입맛을 돋우기에 좋으니 더운 날씨에 기력을 잃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버릴 뻔했던 과일이 훌륭한 별미로 재탄생한 데다 이 음식 속 유산균은 해로운 박테리아의 성장도 방지해준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 사진 3 > 템포야크

 

   흰 찹쌀을 발효한 전통음식으로는 타페이(Tapai)가 있다. 타페이는 쌀뿐 아니라 다른 녹말성 식품으로도 제조되며 특히 말레이시아와 동아시아 일부 지역, 오스트리아 문화권에서 주로 발견된다. ‘타페이’라는 명칭은 이 음식에서 유래된 알코올 페이스트와 알코올음료를 모두 지칭한다. 단맛과 신맛이 잘 우러나기 때문에 다른 조리 없이 그대로 먹거나, 더 발효시켜 막걸리로 만들 수도 있다. 타페이는 전통적으로 흰 쌀이나 찹쌀로 만들어지지만 카사바(Cassava)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에서는 6~18개월 동안 작은 물고기를 소금물에 담아 제조하는 발효 멸치 소스 ‘부두(Budu)’, 새우를 발효해 볶음 요리나 무침 요리에 자주 쓰는 ‘벨라칸(belacan)’ 등 다채로운 발효음식을 즐긴다. 자연적으로는 높은 온도와 적당한 습도를, 문화적으론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그만큼 다양한 식문화를 갖춘 말레이시아의 발효음식에는 타고난 환경에 기반한 내공이 느껴진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