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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음식에 대한 고찰

칼럼 

아세안 음식에 대한 고찰 

 

다채롭고 강렬한 풍미를 드러내는 아세안 음식은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매력으로 가득하다.

 

​글. 장준우 (셰프 겸 푸드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한국판>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

 

 

   인도차이나 반도를 비롯해 수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진 아세안 10개국은 동남아시아라는 단어로 한정 짓기엔 너무나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 언어 등으로 이들을 구분할 수 있지만, 보다 직관적으로 개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음식을 통해서다. 동남아 음식이 우리 식탁에 가까이 다가와 있기에 태국의 팟타이와 인도네시아의 미고렝은 같은 볶음 국수지만 서로 다르다는 걸 안다. 베트남의 쌀국수는 구수한 소고기 육수를 쓰지만, 말레이시아의 쌀국수 락사의 육수는 매콤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식문화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별적인 식문화는 서로 상이하지만 아세안 지역을 아우르는 공통점은 하나 있다. 바로 다채롭고 강렬한 음식의 풍미다. 무덥고 습한 기후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어 활력을 빼앗는다. 이 때문에 입맛을 돋우고자 향신료를 과감하게 사용하고 새콤달콤한 열대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조리법이 발달할 수 있었다. 식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후도 중요하지만 지리적 요인도 큰 영향을 준다. 아세안 국가들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예로부터 인도와 중국 두 거대한 제국 사이에서 중계 무역을 통해 번성해왔다. 중국인들은 웍으로 재료를 볶는 조리법과 함께 면 요리, 간장, 두부 제조법 등을 아세안에 전파했고, 아랍과 인도의 상인들은 달콤한 디저트와 꼬치구이, 갖가지 향신료를 섞어 만드는 카레를 전파했다. 16세기에 향신료를 찾아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 유럽인들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신대륙에서 발견한 작물을 아세안 지역으로 이식했는데 오늘날 아세안에서 흔하게 보이는 구아바, 파인애플, 아보카도, 파파야 등 대표적인 열대과일을 비롯해 카카오, 토마토, 땅콩, 호박, 옥수수, 카사바, 고추 등 현재 아세안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 대부분이 남미가 원산지다. 아세안 음식이 갖고 있는 이 같은 역동성과 다양성은 기후적·지리적·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운 매력이 가득한 아세안의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