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티 아세안
육수에 목숨 거는 베트남 국수 vs 토핑에 열광하는 태국 국수
글 _ 박민우 작가
한국에서는 쌀국수하면 베트남이 떠오를 것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피난민들이 고향의 맛을 그리며 쌀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그 쌀국수는 미국 전역에서 사랑받게 된다. 당시 미국에는 베트남 쌀국수 프렌차이즈가 생겨났고, 각 프렌차이즈는 90년대 들어 한국에도 입점 되기 시작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가 베트남 쌀국수에 날개를 달아준 덕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쌀과 소고기라는 익숙한 재료에 숙주, 고수 등의 이국적 향이 더해져서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맛으로 한국인을 사로잡았다. 쌀은 밀가루에 비해 건강식이라는 믿음이 웰빙 열풍과 맞물리며 인기는 가속도가 붙었다. 베트남 쌀국수가 미국의 프랜차이즈로 알려졌다면, 태국 쌀국수는 여행자들의 입소문으로 뒤늦게 사랑받게 된 케이스다.
베트남 국물 국수는 ‘퍼’, 태국 국물 국수는 ‘꾸웨이띠여우’라고 한다. 태국과 베트남 모두 국물 국수가 한국의 밥처럼 대표적인 한 끼 식사다. 두 나라의 쌀국수는 양부터 차이가 있다. 베트남 쌀국수는 한국 사람들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푸짐한 반면, 태국은 두 그릇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음식의 양은 타마다(보통), 피셋(특)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비교적 양이 많은 피셋도 보통의 한국인에게는 적은 양이다.
국물 역시 베트남은 맑은 소고기 국물이라면 태국은 닭 육수 베이스에 선지와 레몬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태국 국수는 취향에 맞춰 생선 튀김, 어묵, 선지, 해산물, 밀가루 튀김 등의 토핑을 올려 먹는다. 반면 베트남 국수는 채소 외에는 다른 토핑이 올라가지 않는다. 대신 튀김 도너츠인 ‘유조’를 곁들여 먹는다.
태국의 국물 국수에는 레몬그라스, 카피르 라임, 라임즙이 들어가는데, 똠얌(tom yum)이 대표적이다. 특유의 새콤한 맛은 태국 맛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베트남이 기본기가 충실한 고기 맛 육수를 선호한다면 태국은 다양한 향신료와 선지 등을 활용해 진하고 파격적인 맛을 끌어낸다. 베트남은 한 가지 면발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태국은 다양한 면을 사용해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가장 가는 쌀 면은 ‘센미’, 그 다음으로 가는 면은 ‘센렉’, 넓적한 면은 ‘센야이’라고 한다. 태국 쌀국수 집에서는 면발을 고르는 게 매우 중요한 절차다. 국물 국수가 주 메뉴이지만 대부분 비빔국수도 같이 판매한다. 비빔국수를 ‘행’이라고 하는데 땅콩가루와 설탕으로 맛을 낸다. 국수와 설탕의 조합이 낯설지만, 한 번도 못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 맛은 일품이다. 베트남과 태국에 방문한다면 꼭 한 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