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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1등의 맛 인도네시아 렌당 카레 VS 태국 마싸만 카레

테이스티 아세안

지구 1등의 맛 인도네시아 렌당 카레 VS 태국 마싸만 카레

글 _ 박민우(<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 저자)
2011년 세계적인 뉴스 채널 CNN은 페이스북에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를 꼽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3만 5천 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CNN 독자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가 선정됐다. 놀랍게도 아시아 음식이 1위부터 10위까지 휩쓸었다. 특히 태국 음식은 무려 4개, 인도네시아 음식은 2개가 선정되었다. 미국 뉴스 채널인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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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인도네시아의 렌당 카레가 차지했다. 렌당 카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즐겨 먹는 국민 음식이다. 10위에는 마싸만 카레가 선정됐다. 두 카레는 차이점보단 공통점이 훨씬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레 가루에 코코넛 밀크가 추가된 게 특징이다. 재료만 보면 거의 같은 요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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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같은 요리인가? 또 그렇지는 않다. 렌당 카레는 소고기가 들어가고, 마싸만 카레에는 닭고기가 들어간다. 마싸만 카레는 태국 재래시장 어디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커다란 주물 통에 담긴 마싸만 카레를 비닐봉지에 담아 준다. 보통 밥과 함께 비벼 먹는데, 맛은 한국의 닭볶음탕과 유사하다.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갔기 때문에 닭볶음탕보다는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갖고 있다.
렌당 카레는 한국의 불고기 전골에 코코넛 밀크를 넣고 오래 끓인 맛이라 생각하면 된다. 감칠맛과 고소함의 끝판왕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화가 경이롭다. 두 카레엔 강황, 카다멈, 정향, 계피, 생강, 양파 등 일반적인 카레 성분들이 들어간다. 타마린드와 레몬그라스 등이 추가되어 ‘동남아시아 카레’가 완성된다. 일반적인 카레에선 맛볼 수 없는 시큼함이 두 카레에선 공통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렌당 카레는 마싸만 카레에 비하면 조금은 더 특별한 요리이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대표 잔치 음식이다. 중요한 날엔 무조건 렌당 카레를 대접한다. 일반적인 소가 아닌 물소를 약불에서 4시간 이상 끓인다. 그럼 질긴 물소가 야들야들해지고, 수분은 거의 사라진 ‘자작한’ 스튜와 비슷해진다. 마싸만 카레는 상대적으로 훨씬 흥건하다. 우리 기준으로 수프에 가까운 쪽은 마싸만 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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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싸만 카레는 식당에서 먹는 걸 추천한다. 식당에서 바로 조리된 뜨거운 마싸만 카레를 먹어야, 왜 이 카레가 세계 1등 맛인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렌당 카레는 잔칫집에 초대되었을 때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집안의 자존심을 걸고 전날부터 끓여내는 진국 요리이기 때문이다.
두 음식은 닮은 듯, 다른 음식이다. 어느 게 더 맛있는가? 둘 다 먹어본 나 역시 절대로 답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맛집이 전국구 맛집보다 맛있을 때도 있다. 그러니 말레이시아나 태국에서 이 두 카레를 맛보고 싶다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가장 가까운 곳에 파랑새가 있다. 그 진리는 카레 맛집에도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