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에 워싱턴 DC행 비행기를 타고, 9일부터 Woodrow Wilson Center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났네요!
이제야 적응하고 본격적으로 생활과 연구를 시작하는 느낌인데, 시간이 참 빠릅니다.
많은 방문학자나 인턴이 대부분 여름부터 시작하고,
저처럼 겨울에 도착해서 시작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덕분(?)에
생활이나 연구환경을 오히려 빨리 정리하고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와 있는 채리아씨, 이채령씨도 있었고, 공부나 일로 DC에 와 있던 지인들이 여럿 있어서
감사하게도 단 하루만에 집을 구해서 계약을 하고, 3일 후에 가구 등을 사서 이사하고,
6일 후부터 안정적으로 출근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집을 구하는 데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었어요.
사실 DC 방값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적절한 가격과 시설과 위치를 찾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 잘 구해서, 윌슨센터까지 걸어서 다니는데 (40분)
적당히 운동도 되고 좋습니다.
첫 주에 자리 배정을 받고 출입증을 만들거나 컴퓨터 등록하는 행정적인 순서들을 끝내고,
곧 NKIDP (North Korea International ation Project)의 새로 영문 번역된 문서들을
각자 분량을 나누어서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맡은 1960년대 문서는 현재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에서 나오는 문서를 영역한 것인데,
간혹 인명이나 지명의 영문표기가 참으로 난감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정확한 이름을 찾아 고쳐 주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학술 가치가 있는 자료로 만들기 위해 역사를 뒤져가며 정확한 이름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신경도 많이 쓰이고, 아울러 상당한 공부도 되는 일이네요.
그리고 그 시절에 그 사람들이 생각하고 기록한 의견들을 보는 재미도 꽤 있고,
제 연구 주제와도 직접,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윌슨센터의 연구환경은 그야말로 가장 최적화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에는 새로 오는 모든 연구자들이 한번씩 하는 introduction session을 했습니다.
단 5분짜리 발표고 여러 명이 함께 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여러 학자들 앞에 제 주제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라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과 의견 주셨고,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큰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이름을 물어본 다음에, 바로 나오는 질문이
소속이나 직급보다도 "여기서 너의 연구주제가 무엇이냐"일 정도로
연구에 대한 관심과, 서로 연구를 도와주려는 열심이 많은 것 같아요.
매일같이 계속되는 다양한 내용의 발표회와 세미나는
자칫 이거 계속 따라다니다가는 내 공부할 시간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풍부합니다.
예를 들면 방문교수 또는 이곳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을 중간 또는 최종발표하는
Work in Progress 세션이 매주 있는데, 제 분야나 연구와 설혹 무관하더라도
시야를 넓히고 생각하는 방법을 발전시키는 데 대단히 도움이 됩니다.
버마(미얀마)의 식민지 시기 역사, 중국의 환경과 에너지 관련 연구 등 다양한 논의를
고작 한 두 층 아래의 각종 회의실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놓치기 너무 아까운 것이지요.
제 자리는 도서관 구석에 위치한 작은 방에 있습니다.
연구하러 오는 학자가 너무 많아서 자리를 만드는 게 큰 일이라고 하는데,
각자 자기 공간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되어서 조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Library of Congress의 접근과 이용이 원활한 것도 정말 큰 장점입니다.
남은 것은 여기 일과 함께, 제가 하기로 맘먹고 온 연구를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뿐이네요.
종종 소식 또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