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PRI 생활도 벌써 세 달째가 되었습니다. 인턴십 기간의 절반이 지난 겁니다. 그 동안 무엇을 했나 돌아보면 정신 없이 뭔가를 한 것 같기는 한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또 다른 3개월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위안합니다. 이곳 12월의 분위기를 들은 터라 마음이 조금 급했던 11월이었습니다. 뭔가 모르게 들뜨면서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어서 우울한, 그래서 정작 눈이 오는 한겨울보다 더 표정이 어둡더라구요. 저도 거기에 동화되어 가는 듯 합니다.
처음 계획했던 연구보고서는 일단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2015 NPT 검토회의와 한국의 역할”이 이곳에서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11월 동안 탈냉전 이후 NPT 검토회의에서 그동안 한국이 어떤 보고서를 내고, 어떤 발표를 했는지 공식문건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기타 비확산레짐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고, 이 때문에 한국의 발언권이 크게 신장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북한 핵문제라는 눈앞의 위협 때문에 그러한 노력들이 빛을 바랜 것도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비확산분야에서 한국이 특수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제 슈퍼바이저인 Ian Anthony 소장은 공식일정 때문에 너무 바빠 자주 볼 수가 없지만, 같은 팀의 연구원인 Lina Grip과 오랫동안 NPT를 연구해온 독일인 인턴인 Manjana Pecht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 논문과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저명한 연구원들도 많기 때문에, 개인적인 연구에 큰 도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IAEA에서 일했던 Tariq Rauf, 미국 원자력부에서 근무했던 Robert Kelly, SIPRI 연감의 핵군축 분야를 책임져온 Shannon N. Kile과 같은 연구원들이 있으며, 이들과 1월 중에 연구보고서 및 제 논문에 대해 대화할 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시간을 잘 쪼개 쓰면서 제 학위논문도 같이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관심분야에 특화된 SIPRI의 도서관은 자료검색에 큰 도움이 됩니다.
11월에는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 번의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일본 JSPS가 주관하는 일본 학술교류 소개세미나, SIPRI가 스톡홀름대학교와 공동 주관한 “media in a Political Context”, Utrikespolitiska Institute가 주관한 “Iran Nuclear File” 세미나에도 참석했습니다. 관련 세미나가 많지는 않지만 유럽의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둡고 우울한 11월이 지나고 여기 사람들은 “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많이 듣다보니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마음에 같이 기다려집니다. 스톡홀름에서 남은 시간이 연구에서나, 유럽에서의 경험이나 모두 풍성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