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옌칭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기영입니다. 12월은 크리스마스 연휴로 인해 도서관이 오랫동안 문을 닫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수기는 좀 늦어진 감이 있는데, 1월달 수기는 제 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수기도 첫 번째, 두 번째 수기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1.도서관 탐방기
1)New York Botanical Garden Library
11월 말, 뉴욕 Bronx에 있는 New York Botanical Garden Library 에 다녀왔습니다. 이 도서관은 식물학 측면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으로, 1시간 정도의 투어를 통해 도서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 위주로 적자면, 첫째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도서관의 경우 식물학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료들을 전세계에 걸쳐 140년 동안 수집해 왔는데요. 식생 및 기후 변화, 음식, landscape design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식물학자의 대륙 탐방 루트를 담은 지도를 소장하고 있는 점이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둘째, 도서관 내 아카이브가 자료 보존소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서관의 cataloging 부서와도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아카이브에는 New York Botanical Garden의 역사가 담긴 자료들(설계도 등)을 포함하여 많은 자료들이 보존되어 있었는데, 아래 첨부한 사진은 귀중서(rare book)에 관한 것입니다.
한편, 특정 자료가 손상되어 복원이 필요한 경우 복원 담당자 분들이 cataloging 부서와 자료를 어떻게 처리하고, 목록 할지에 대하여 상의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외에도, reference librarian들이 이용자가 요구했을 시 식물에 대한 것이라면 어떤 질문이든 웹사이트를 통해 답해주는 “plant question” 기능이나, 사서가 전시 및 출판도 담당하는 점 (전시와 같은 경우, 도서관이 이미 소장하고 있는 rare book collections 를 이용하거나, 프리다 칼로 와 같은 특정 작가를 초빙하되, 작가의 “landscape”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한다고 합니다)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2)FIT Library
뉴욕 주립 대학 소속 디자인 스쿨인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의 도서관을 방문하였을 때는, Special collections & archives 파트는 둘러보지 못했고 그 이외의 파트만 둘러보았습니다. 디자인 스쿨의 도서관인만큼, 제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았는데요. 이를테면 Costumes 에 관한 그림 파일들만 따로 모아 놓은 섹션이 있었습니다. 이 그림 파일들은 상세 주제별로 분류가 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분류 시스템은 이 곳 사서가 수십 년 전에 개발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의류를 만드는 재료들과 관련되어 보이는 섹션도 있었는데, 허가 받은 이용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도서관의 주 이용자 층은 대학원생들이지만, 대학생들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이용하지 못하는 Costumes 자료들을 따로 copy해서 책으로 정리해 놓는 등의 업무도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3)625 Building (Harvard)
하버드에는 70여개의 도서관과 아카이브(기록 보존소)가 있는데요. 일부 도서관과 아카이브의 경우, 하버드가 아닌 Central Square 라는 곳에 있는 625 building 이라는 건물에서 그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자료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이러한 분리가 이루어졌다고 들었고, 지금도 이 과정은 진행 중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는데요, 이를테면 Fine arts 의 경우 동아시아 관련 자료가 있더라도 제가 근무하고 있는 옌칭 도서관이 아닌 625 building 에서 자료가 처리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건물에 방문하게 됨으로써, 하버드 도서관 및 아카이브의 전체적인 부서 조직 및 구조와, 자료들이 입수되는 과정에서부터 이용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어떠한 업무 흐름을 거치게 되는지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였습니다. 카탈로깅 부서의 경우에는, 언어권별, 도서관별, 주제별로 자료들을 분류하여 목록하고 있었는데요. 처리가 빨리 될 수 있거나/되어야 하는 자료들의 경우 카탈로깅 부서로 보내지기 전에, 자료 입수 단계에서 미리 처리되어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자료들이 언어권별, 도서관별, 주제별로 분류되어 카탈로깅 부서로 보내지기 전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2. 업무 내용
12월에는 첫 두 달간 배웠던 CC나, 문학 작품 목록 작업 등을 계속하면서 한국 영화 DVD / Blu-ray 목록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Book 이라는 material을 다루다가, Visual recordings 라는 전혀 다른 형식의 material을 다루게 되다 보니 DVD / Blu-ray 라는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생소했습니다. 예를 들면 Dolby Digital 이라는 것이 DVD의 Sound characteristics 라는 것을 알아야 목록에 이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감독 이름이나, 출연진명, 제작사 와 같이 책에서는 보통 입력하지 않는 필드들을 입력해 주어야 하는 점이 기존 업무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때에, 출연진의 경우 어디까지 입력해 주어야 할 지, 제작사의 경우 특정 제작사가 영화 제작사인지, DVD만 제작한 곳인지, 아니면 영화 배급사인지 판단해야 하는 등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여, RDA rule로 DVD/Blu-ray를 목록하는 법을 배웠고, DVD/Blu-ray에 적용되는 Subject Heading 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었는데요. 전공 용어와 관련된 부분들이라 내용이 너무 상세해질 것 같아 일단은 생략하였습니다.
3.
지난 번 수기에서도 목록 사서의 역할에 대해 썼지만 이번에도 사서에 대해 제가 옌칭에서 일하며 가지게 된 생각, 느낌들에 대해 적어 내려가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사서의 자료를 수집, 생산하는 역할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목록 사서 인턴이라 지금까지 자료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조직할지에 대해서 주로 배워왔지만, 최근 들어 사서가 도서관이 수집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들을 찾아내 수집하는 일도 해야 함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 담그는 법만 하더라도 지역마다 다르고, 북한과 남한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군가가 이렇게 각기 다른 제조 과정 기록들을 찾아 수집해 놓지 않으면 전통 문화 손실일 뿐 아니라, 한국 음식으로서의 김치를 뒷받침 해주는 근거들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발품을 팔아 찾고, 자료 소장자들을 설득시킨 뒤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데이터베이스화 할 때에 사서에게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책 목록 작업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 점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사서 = 업무 중 책 읽는 사람 아니냐는 일부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하여 사서는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책 표지를 많이 본다고 대답하곤 했었는데, 옌칭에 와서 목록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책 표지를 보는 것만큼이나 책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책을 읽는 과정이 필수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평소 풍부한 상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고 있는데요. 특히나 한국학 목록 사서는 주제 전문이 아닌, 전 분야의 자료를 망라하여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인턴으로서 이러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