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옌칭 도서관에서 4개월 째 근무하고 있는 이기영입니다. 저의 경우, 비자 문
제로 인해 다른 분들과 달리 10개월이 아닌 6개월 간 인턴 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가게
되는데요. 벌써 반 넘게 인턴 생활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네 번째 수기인 만큼, 이전 3개의 수기에 비하여 좀 더 세세한 내용들로 채워나가려
고 합니다.
1. 업무 내용
지난 세 달 동안 배웠던 목록 작업들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목록 작업이 익숙해지다 보니,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지금까지
는 주로 이미 작성 완료된 목록이 LCC (분류 번호) 나 LC Subject Heading
(자료의 주제) 가 적절하게 부여 되었는지 확인하는 데에서 그쳤다면, 최근에는 LCC나, LC
Subject Heading을 직접 부여해 보려고 시도 중입니다.
시도 과정에서, 수년의 경험을 거쳐야만 비로소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부여하는 능력을 갖
출 수 있게 될 것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료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조차 확신이 들지
않거나, 주제 파악을 했더라도 이를 LCC, LC Subject Heading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전
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제가 지금까지 다뤄왔던 책들 중에서
는 역해/주역서나 번역서, 불교, 유교를 포함한 종교 서적들, 제가 잘 모르는 경제학 용어가
많은 서적들, 한의학 서적들이 특히나 어려웠습니다. 첨부한 화면은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이라는 책으로, 자료에 대한 이해 자체가 어려웠던, 다소 극단적인 케이스입니다.
이 책의 분류번호는 BQ1627로 시작하는데요. 두 번째 수기에서 말씀드렸던 LC
Classification web을 통해서, 이 분류번호를 부여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LC Class 라고 쓰여 있는 부분 바로 아래의 파란 글씨들이 이 분류번호를 부여하기 위해 거
친 단계들인데요. 각각의 단계에서 제시된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이 어떤 책인지 파악했더라도, 분류 번호를 부여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
에 없기 때문에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춰야 함을 느꼈습니다.
아래 첨부한 화면은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을 목록 작성중인 화면입니다. 하단의 파란색
세 줄이 LC Subject Heading 인데요. 잘 보이시지 않겠지만, 역시나 불교 경전에 대한 전문
용어를 주제로 부여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위에서 언급한 업무 내용과 관련하여, 주제 전문 사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특정 한 분야만의 자료를 다루더라도, 그 자료들을 완벽하게 이해하여 분류 번호 및
주제를 부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국의 많은 도서관에서는 카탈로거들이
특정 주제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law material 만을 다루는 카탈로거들이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Federal law와 State law가 충돌하여 발생하는 문
제에 대한 간행물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고, 어느 나라에서 연원된 법이냐에 따라 자료에
부여해야 하는 주제가 달라지는 등 law material의 사례들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로
스쿨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서들이 이러한 자료들만을 전문적으로 카탈로깅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 자료나, 지도와 같은 비도서 자료의 경우에도 이러한 자료들만 따로 담당하여 카
탈로깅 하는 사서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히 음악 자료의 경우 동일한 곡을 다
루고 있는 자료라 하더라도 누가 그 곡을 어떠한 방식으로, 언제 연주했느냐에 따라 사례
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음악 자료의 특성/음악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춘 카탈로
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3. RDA rules
이 부분은 전공 용어와 관련된 부분이라, 도서관학 - 그 중에서도 카탈로깅 이론에 관심 있
는 분들만 읽으실 내용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첫 수기에서 RDA rules 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한만큼, 제가 4개월
간 이 규칙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들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기존의 AACR2 rules에서 RDA rules을 사용하는 것으로 목록 규칙 방침이 국제적으로 변화
함에 따라, 하버드는 작년 1월부터 이 규칙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교적 목록하기 쉬운 책들을 작성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Capitalization과 Punctuation을 하
는 방식이 기존의 AACR2 rules과 많이 다르고, 336,337,338이라는 매체 특성 필드를 필수적
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부분 빼고는 목록 내용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RDA rules은 굉장히 flexible 한 규칙이라,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flexible 하다는 것은, 사서가 얼마나 이 규칙을 제
대로 습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목록의 질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음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수 입력 사항은 아니지만 제가 목록 작업을 하며 느꼈던 RDA rules의 특징들을 정리해보
자면, 첫째 자료와 관련된 개인, 단체 등에게 역할명 (author, issuing body, artist, etc.)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단체에서 특정 주제의 저작물이 끊임없이 출판되는 경우,
단체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으므로 단체명에 issuing body라고 역할명을 부여해주는 식입니
다. 둘째,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장르가 다른 두 자료가 있을 경우, 이 두 자료를 필
드를 통해 연결해주어 연관 검색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특정 작가의 소설
을 기반으로 한 만화의 목록을 작성하는 경우, 787이라는 필드를 이용하여 특정 작가의 소
설에 해당하는 목록과 작성 중인 만화 목록을 연결시켜, 이용자 검색 편의를 제공할 수 있
습니다.
Library of Congress에서 제공하는 자료들, 각 대학에서 실제 사례와 결부시켜 제공하는 가
이드라인들 그리고 RDA toolkit 이라는 DB까지 RDA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자료는 무궁무
진한데요. 옌칭에 있는 동안 다양한 사례들을 목록해 보고, RDA rules 에 대한 자료들은 한
국에 돌아가서도 목록했던 사례들과 연결시켜 생각해보면서, 꾸준히 익혀야 하지 않을까 싶
습니다. 아래 첨부한 화면은 RDA rules 적용시 끊임없이 참조하게 되는 RDA toolkit 이라는
DB의 캡쳐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