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개월 차)
미국의 북한 제재는 역사도 오래 됐고, 그 성격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한 지라 생각만큼 논문 작성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GIGA Focus 격월간지는 학적인 논문과 시의성있는 논평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결과물을 요구하고, 형식도 엄격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규칙에 따라 논문 초안을 작성하던 중 제재의 정치적 목적이나 결과, 혹은 경제적 목적이나 결과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정치경제학의 측면에서 제재의 효과성을 분석해야겠다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으나, 8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에 담기에는 너무 광범위한 주제였고, Post-doc과정의 동료들과 상의를 한 결과 제 박사논문 제안서의 주제로 삼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Focus paper 작성 중에 박사논문 제안서 주제를 결정하게 된 것은 생각치 못한 결과였지만, 동료들의 큰 도움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Focus paper의 주제로는 지난 몇년간 미국과 중국 간에 진행되어 온 cyber warfare,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둘러싸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pivot to Asia" 전략이라는 정황 내에서 이번 미국의 북한 제재를 조명하기로 했습니다. 3월 한달 내내 고심하고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3월 15일, GIGA에서의 주요 연구 (탈북자들의 내러티브 분석)를 위해 드디어 지도 교수와 첫 면담을 가졌습니다.
Schulz 교수님은 매우 차분하고 친절하신 분으로, 종편에서의 탈북자들의 내러티브가 종종 북한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마무리되는 경향에 대해 그것이 그들이 익숙한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담론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소수자이자 이민자로서 탈북자에 대한 바람직한 대우, 그리고 비교연구로서 서독이 동독 정치적 수감자를 탈정치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던 사례에 대한 자료 또한 보내주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4월 컨퍼런스 (04/16-04/18)가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조율하고 대략적인 연구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4월 중순에 진행되는 컨퍼런스의 주제는 "Changing Asia"로,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따른 아시아의 정치적 지형 변화 뿐만 아니라 인도의 성장, 그리고 동아시아 안보 등의 이슈들을 다루기로 되어있습니다.
제가 주로 맡은 업무는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독일, 미국, 중국, 인도 등지 출신의 학자들 (30여명)의 약력, 초록, 그리고 논문 등을 총합해서 컨퍼런스에서 배포될 문서로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서들이 도착하는 시점과 양식들이 일정하지 않고 산만했던 탓에 생각보다 간단하지만은 않은 작업이었고, 문서들을 수령하는 기간은 2월부터 컨퍼런스 직전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