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소재의 CNAS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은평입니다. 휴가를 다녀오느라 5편 기재가 좀 늦었네요. 이번 달에는 사무실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한국의 안보이슈 이외에 대해 배운 것을 적어보겠습니다.
CNAS는 Korea Chair가 없기 때문에 한국 관련 일만을 전담으로 하는 사람이 사실상 저밖에 없습니다. Dr. Van Jackson이라는 분이 계시긴 하지만 Visiting Fellow라서 사무실에서 거의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동료들과 한국의 안보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동료들과 어울리려면 미국의 안보전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우리 돈으로 연간 80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그만큼 안보 전문가가 알아야 하는 분야와 지역도 다양합니다. 한국 및 동아시아를 제외하고 제가 미국의 안보 이슈 등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중동과 미래전입니다. 중동과 미래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동 팀과 미래전 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동 팀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 최근의 이란 핵협상, 이슬람 국가 ISIS 격퇴 작전 등의 이슈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팀입니다. 미래전 팀은 주로 Drone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팀입니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의 안보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금방 가까워지면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었고, 이제 이란이 완전히 핵을 내려놓았다고 확실히 선언할 수 있을 때까지는 15년의 이행기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한쪽에서는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하며, 다른 한쪽에서는 이란은 이런 식으로 미국을 안심시킨 다음 오바마 행정부와 그 다음 행정부의 전환기의 혼란을 틈타 핵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중동 팀에서 저에게 그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길래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 이란 사람들은 영광스런 역사를 가졌으나 최근 몇 백년 동안 서구세력에게 수치를 당해 왔고,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 영광을 재현할 길은 핵무기를 가지고 중동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거나, 핵무기를 내려놓고 경제제재로부터 벗어나 번영하는 나라를 꽃피우는 길, 두 가지가 있는데 이란인들은 후자를 선택한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의 대이란 정책은 핵무기를 내려놓고 경제를 번영시키는 것이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는 길임을 지속적, 장기적인 공공외교를 통해 강조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중동 팀에서는 미국인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미국의 안보 이슈를 접근하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기쁘다는 낯간지러운 칭찬을 해주더군요.
결국 한국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다른 잘 지내려면 한국 뿐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무대로 삼는 미국의 안보 이슈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곧 이곳을 떠날 때가 가까워 오는데 제 다음에 오는 분은 적어도 미중 관계, 미일 관계, 대테러 등 한국 이외의 미국의 안보 이슈를 좀 알고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