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주 드 프랑스 I.E.C 1기] 김근영 : 열째 달
안녕하세요,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열 번째 인턴활동 소식을 전합니다. 항상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만 생각하다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그 동안의 인턴활동을 마무리하려니 아쉬움에 마음이 조급하진 않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주로 했던 업무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마지막 달에도 어김없이 카탈로깅에 많은 시간을 보내서 역시 이것과 카탈로깅을 위한 매뉴얼 작성 업무를 나누고 싶습니다.
1. I.E.C에서의 처음과 끝 “카탈로깅”
인턴활동을 하면서 카탈로깅에 대해 자주 언급하곤 했습니다. 때로는 반복적인 업무인데 새로 이야기할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고민이 되면서도 막상 한 일에 대해 이렇게 나누게 되면 그래도 제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카탈로깅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콜레주 드 프랑스 내의 도서관들은 ALEPH라는 자체 시스템을 사용해서 카탈로그를 작성하고 이용자는 자관의 자료 검색 페이지를 통해 목록을 확인하곤 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WiniB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카탈로깅을 하고 작성된 목록은 SUDOC(http://www.sudoc.abes.fr)이라는 종합 검색 페이지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SUDOC에는 자관 뿐만 아니라 여러 도서관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어느 책이 어떤 도서관에 있는지 알 수 있고 사서들은 카탈로깅 업무가 타관과의 암묵적 협업이 되므로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탈로깅을 해야 하는 자료가 타관에 의해 이미 목록이 만들어져 있다면 함께 그것을 공유하거나 보완하면서 말입니다.
따라서 제가 주로 배우고 익혔던 대부분의 카탈로깅 업무는 WiniBW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ALEPH를 이용하는 경우는 WiniBW 이전에 ALEPH를 통해 등록된 자료들을 수정하거나 확인해야 하는 경우였습니다. WiniBW에서 작성된 카탈로그들은 자동적으로 ALEPH에도 등록이 되는 반면 기존에 ALEPH에서 작성된 카탈로그들은 SUDOC으로 넘어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부분은 콜레주 드 프랑스 전체 도서관 차원에서 외주를 주어 SUDOC으로 옮기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제가 근무한 한국학연구소는 지금껏 한국어와 문화를 모르는 분들을 위시해 여러 손길이 거쳐간 사이 나름의 수정작업을 요하는 분들이 있어서 틈틈이 재확인 작업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ALEPH에서 카탈로깅 된 책들을 SUDOC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고에서 책들을 가져와 SUDOC에 해당 도서의 목록 유무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갔습니다. 오래된 책들을 카탈로깅 하다보면 이미 SUDOC에 목록이 존재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 목록에 자관의 도서를 추가만하면 카탈로깅이 끝나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이 적게 드는데, SUDOC에 있는 책들도 수정하지 않은 채로 어딘가에서 복사해온 목록을 쓰는 경우가 있어 손 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요즘 카탈로깅 되는 책들은 이런 일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작업을 통해서 자료들 간의 연결고리와 수정이 필요하다면 추적해 수정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카탈로깅을 하면서 놓쳐선 안되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카탈로깅 단축 매뉴얼 작성
카탈로깅 다음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은 카탈로깅 하는 방법을 조교 선생님과 우리말 문서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교 선생님도 계시고 로마니제이션이나 SUDOC, WiniBW 등 업무에 필요한 것을 곧바로 듣고 보면서 배웠지만 불어로 된 긴 설명서보다는 실무에서 따온 요점정리 차원의 매뉴얼을 작성하며 개인적으로 주요 미션이었던 카탈로깅을 정리해 보고 새로 오시는 인턴선생님께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이 의미 있고 기뻤습니다.
작성된 매뉴얼은 저희가 다루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개념과 실제 WiniBW를 통해 기입하게 되는 서지사항들을 기록했습니다. 예전에 I.E.C 내에서 로마니제이션 할 때의 표기 규칙을 정리했던 것처럼 각각의 사항마다 까다롭거나 실수가 잦은 부분들을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초안을 만들면서 아직도 모호하게 알고 있던 부분들이 있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조교 선생님과 함께 작성했기 때문에 매뉴얼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 배우게 된 것을 명확히 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3. 인턴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아쉬울 때 떠나자”라는 말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쿨’해 보이는데요, 저도 이 말처럼 이 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이 전까지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함께 지내던 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수록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I.E.C는 한국학 전문 도서관, 소규모 도서관 그리고 해외 소재의 한국관계 도서관이란 특징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한국학에 대한 지식 없이 와서 막막한 마음이 많았고, 지금도 알아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 동안 다루었던 자료들이나, 여러 주제를 가지고 한국학을 공부하시는 분들 덕분에 이전보다 더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역사, 예술, 종교, 철학 등 저마다의 분야에서 한국적인 것을 개발하고 찾아내어 정립시키는 것이 한국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 주어진 업무가 명확했기에 이곳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등을 익혔던 것, 그리고 소규모 도서관, 해외 소재의 도서관에서 당면하는 어려운 점을 선생님들과 마주하면서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았습니다. 물론 실수도 있었고요. 소중한 경험들을 정리하고 가득 안고 돌아갑니다. 열 달 간의 인턴활동 무사히 마무리하며 인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