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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분야의 다양한 발전상을 확인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미국의 사회과학 연구 위원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 SSRC)가 2008년 7월 13일에서 17일까지 제1회 한국학 박사논문 워크숍(Korean Studies Dissertation Workshop)을 개최했다. 캘리포니아 몬테레이의 경관이 수려한 해안가 안실로마 회의장에서 개최된 워크숍에는 박사과정생 12명과 교수진 4명, SSRC 프로그램 담당자 2명이 참석하여 각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환경 속에서 12가지의 한국학 논문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여러 학문 분야를 포괄하는 열두개 한국학 논문 프로젝트에 대해 집중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하였다. 워크숍의 일정과 내용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참가한 보람이 있는 행사였다. 위스콘신대학 매디슨 캠퍼스의 대학원 과정에 있는 주해연은 이번 위크숍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서로의 연구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주고, 서로 지지해주는 18명의 참가자와 함께한 워크숍은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정말 유익하고 큰 힘이 되었으며, 많은 조언자와 스승, 미래의 동료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을 안고 워크숍을 끝낼 수 있었다.”
12명의 학생 참가자들은 미국 내 9개 대학에서 온 학생들로 논문 작성 준비 단계에서부터 논문 마무리 단계까지 다양한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이었다. 학문적 배경과 연구 관심사도 민족지학, 전근대사, 영화학, 문화지리학 등 다양했다.
학문적, 방법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워크숍은 한국학 분야의 활발하고 다양한 발전상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기존의 국가적 소속 경계에 의문을 제기했고, 광범위한 초국가적 운동과 허상을 추적하였으며, 역사적 변천과 정치적 변환에 대해 다시 생각하였다. 많은 참가자들이 한국학적 맥락에서 식민주의 및 포스트식민주의로 시대를 구분하는 허위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학에서 ‘초국가적 전환’은 세계에서 한국의 위치를 찾는 반복적인 주제, 예를 들면 현 개신교 선교사들의 활약이나 국내 공항의 현대적 광경 또는 다산 정약용의 19세기 초 성리학적 반추 등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동성애자, 외국인, 범죄자 또는 핵가족 등 관습에 거스르는 주체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규범, 전통, 관습에 대한 토론을 자극했고, 주변성, 잡종성, 역치성에 관한 도발적인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조언자의 역할을 해준 4명의 훌륭한 교수진들은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낸시 에이블먼 교수, 시카고대학의 최경희 교수, UCLA의 존 던컨 교수, 존스홉킨스대학의 서재정 교수였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여 자정까지 계속되는 하루 일정에서 교수진 조언자들은 친절하고 진지한 자세로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조언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마지막 날 밤, 교수 한 분은 학생들과 밤을 지새우며 역사와 정치, 학문적 삶에 대해 토론하였다.

좋은 사람들과 사귀다
토론은 비판적이면서도 건설적이었다. 하지만 워크숍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집중적인 일정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에 지적 동지애와 진정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점이었다. UC 버클리의 박사과정 연구원 임성윤은 무엇보다도 모든 참가자들과 함께 느낀 공동체의식이 좋았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유일한 한국 전문가일 때가 많았던 사람으로서 이번 워크숍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평등한 환경에서 심도 있고 식견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드문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반겼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표현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12명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다. 존 조(인류학,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주해연(사회학, 위스콘신대학, 매디슨), 한주희(지리학, UC 버클리), 강진연(사회학, 미시건대학, 앤아버), 앨리스S. 김(수사학, UC 버클리), 버지니아 문(미술사,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권경미(현대한국문학, 하버드대학), 임성윤(역사학, UC 버클리), 박봉수(미국학, 미네소타대학, 트윈시티즈), 수영 박-프리미아노(영화학, 뉴욕대학), 심윤정(동아시아언어 및 문화, 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마이클 스프렁거(역사학, 하와이대학, 마노아).



고생 끝에 낙?
워크숍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방대한 토론 자료를 요구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참가 신청 마감일은 2008년 5월 1일이었고, 참가자 선정 발표는 6월 초에 있었다. 각 참가자들은 신청서 접수시 제출했던 12명 전원의 논문 프로젝트 설명서를 받았다. 모든 참가자는 워크숍에 오기전까지 이 설명서를 모두 다 읽어야 했고, 그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각의 에세이는 약 10페이지 분량으로, 전체를 합치면 모두 120페이지가 넘었다. 참가자들은 모든 설명서를 자세히 읽은 후, 공통의 주제나 이슈에 따라 프로젝트를 종합하는 10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쓰고, 워크숍에서 다룰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요청 받았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의 종합 에세이 사본이 든 두 번째 읽을 거리를 받았는데, 120페이지 분량을 역시 워크숍 시작 전까지 읽어야만 하였다.
방대한 분량이긴 했지만 설명서와 에세이는 매우 흥미진진한 것들이었으며, 이 모든 준비 작업이 참가자 전원으로 하여금 사전에 워크숍의 내용을 숙지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논문 프로젝트 설명서를 미리 자세히 읽고 종합 에세이를 쓰는 작업을 통해 모든 이들이 다른 참가자들과 그들의 논문 계획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준비 과정은 워크숍의 내용적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워크숍이 끝날 즈음 참가자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이번 논문의 주제들을 잘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
워크숍 자체는 4개의 주요 분과로 나눠 진행되었다. 첫째 날의 격식없는 소개와 만남에 이어 둘째 날에는 30분짜리 소분과 12개로 나뉜 제1분과가 시작되었다. 참가자 각자에게 다른 학생의 프로젝트에 대해 5분간 발표하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어 그 프로젝트에 대해 그룹 토론을 실시했다.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중책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프로젝트가 다루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게 만들었다.
셋째 날의 제2분과 역시 30분짜리 소분과로 나눠졌는데, 이번에는 각 학생이 전날 제시된 견해, 비평, 질문 등에 답변을 하였다. 답변자는 남은 시간 동안 참가자들과 교수진들의 토론을 이끌었다. 어떤 참가자는 이 시간을 활용하여 제1분과에서 제기된 오해를 바로잡고 우려를 해소했으며, 다른 이는 구체적인 이슈와 문제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였다. 또 어떤 참가자는 논문 구성과 구조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넷째 날에 열린 제3, 4분과에는 방법론, 연구 설계, 전문적 개발 등에 관한 그룹 토론이 포함되었다. 또한 4명의 교수진들이 각자 3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심도있고 집중적인 토론을 하며 이들을 지도하였다.
어떤 이는 이 워크숍에 대해 ‘여름 캠프’ 또는 반쯤 농담 삼아 ‘신참 논문 캠프’라고 애정 어리게 표현했지만 워크숍이 끝날 때 우리 모두는 그런 경험과 기회를 갖게 된 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풍요로워져 있었다. UC버클리에서 수사학 박사과정에 있는 앨리스 김은 워크숍을 통해 “많은 한국학 학자들과 그렇게 긴밀한 상호작용을 가진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교수진과 대학원생들이 보여준 관대함과 적극적인 관여는 고무적이었고, 또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대학에서 영화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수영 박-프리미아노도 이렇게 심정을 토로했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미래의 동료들 및 스승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고려해볼 때 이들과 지속적으로 공동 작업을 하며 계속해서 도움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SSRC 측에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