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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예술로 통하다

한국과 중국 지방 성의 교류를 확대하여 중·장기적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한중 우호 주간’ 행사는 주 중국 한국대사관과 중국 광서장족 자치구 및 운남성(云南省)이 공동으로 개최한다. 경제 행사와 문화 행사가 같은 기간에 열리며,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 예술 공연은 한국 무용, 태권도 시범, 타악 및 비보이 공연 등 4개 팀 60명이 참가했다.



2008년 11월 23일 북경 셔두우 국제공항. 일요일 이른 아침 인천에서 출발한 문화공연단의 총감독과 무대 스태프들은 이곳 공항에서 필자와 합류하여 남녕(南寧, 난닝)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연장 점검을 위해 본 공연단보다 하루 앞서 떠나기는 했지만, 공연이 개최되는 곳이 예술 공연을 위한 전문 극장이 아닌 인민대회당이였기에 모두들 공연장 준비 상황에 대한 걱정이 컸다. 더구나 이번 공연이 어떤 공연인가. 한국 정부와 중국의 두 지방성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국가간 우호 주간 행사에 열리는 공연인데다 공연 예정지인 남녕과 곤명(昆明, 쿤밍)시 모두 사실상 대규모 한국 예술 공연이 최초로 개최되는 곳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남녕은 그러나 따뜻했다. 시기는 겨울이지만 남쪽 지방 특유의 아열대성 기후도 그렇거니와 공연 준비를 위한 남녕시의 협조는 공연이 문제없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산시립무용단, 용인대학교 태권도 시범단, 비보이 ‘갬블러’ 팀, 타악‘발광(發光)’ 팀은 24일 남녕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부터 리허설에 돌입했다. 공연은 오후 8시에 개최되기 때문에 리허설 기회는 한 번밖에 없었다. 낯선 시설에다 팀마다 공연 성격도 다르고 시간도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 단원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행사 준비 단계에서 우호 주간 행사의 성격을 감안하여 남녕시에 중국 전통공연단의 참가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공연 전날에야 참가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한국 팀과 중국 팀의 순서로 진행된 리허설에서 양국 단원들은 서로 상대방의 공연 준비를 지켜보면서 박수로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무용팀 간에는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 심리가 작용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광서장족 자치구 당서기, 자치구 주석, 남녕시장 등 광서장족 자치구 및 남녕시의 주요 인사와 남녕시민들로 1600석이 모두 채워진 가운데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프닝 공연으로 남녕예술극원의 집단 전통무용이 펼쳐진 데 이어 4인조 ‘발광’ 팀의 경쾌한 타악으로 분위기를 전환한 한국 팀은 해당화를 모티프로 삼고 꽃과 나비를 춤으로 묘사한 부산시립무용단의 화중신선(花中神仙), ‘갬블러’의 다이나믹하고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 종주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태권도 시범 등으로 1시간 30여 분 내내 중국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중국의 젊은 관객들은 특히 비보이의 공연에 열광했으며 공연이 끝난 후에도 비보이 단원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30여 분간 줄을 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는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코리아나> 중국어판을 공수하여 프로그램과 함께 공연장에 배포했는데, 중국관객들이 모두 가져가 한 부도 남기지 않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미담 하나. 비보이 ‘갬블러’ 팀은 이번 공연의 순회 도시마다 불우 어린이를 돕기 위한 성금을 전달하기로 하고 남녕시에 이 뜻을 전달했다. 마침 남녕시의 리궈종 부시장이 공연 이튿날 오찬을 마련해 공연단원을 격려하기로 계획되어 있었기에 이 자리를 이용해 성금을 전달하기로했다. 이날 오찬 자리에서 남녕시가 선정한 두 명의 어린이들은 부모와 함께 ‘갬블러’ 팀의 성금을 전달받고 비보이 단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남녕시 부시장은 비보이 단원들의 선행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갬블러’ 팀은 지난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캄보디아에서 공연을 했을 때도 현지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성금을 전달한 바있고, 중국 사천(쓰촨)성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비보이 대회 상금을 그대로 성금으로 기탁하는 등 춤 솜씨뿐 아니라 선행도 세계 정상급임을 보여주었다.
순회공연 일정 3일째, 공연단은 광서장족 자치구를 뒤로하고 운남성의 성도(省都) 곤명으로 향했다. 곤명의 공연장은 연중 국내외 공연이 개최되는 전문 공연장으로 남녕의 인민대회당과는 달리 공연 시설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워낙 인기 있는 공연장이라 공연 하루 전까지도 밤 10시 30분까지 다른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전날의 공연 무대 해체가 새벽까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공연 당일 아침부터 무대 설치와 리허설을 동시에 진행했다. 어쩔 수 없이 리허설이 중도에 중단되기도 하고 무대 설치가 공연 틈틈이 이뤄지는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공연단원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었다. 저녁 6시가 돼서야 공연준비는 마무리되었다.
곤명 공연에는 운남성장 등 운남성 및 곤명시 주요 인사 600명이 참석하여 극장을 모두 채웠다. 공연장의 규모가 작아 관객 수는 남녕에 비해 적었지만, 그 열기는 남녕에 못지 않았다. 곤명극장 극장장은 공연이끝난 후 한국 예술 공연의 현란함과 역동성이 부럽다며 다음에도 한국 공연단이 이곳을 방문하면 꼭 곤명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번 1시간 30분여의 공연을 통해 한국 공연 예술 문화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국 공연 예술의 모습은 앞으로 남녕과 곤명을 방문할 한국의 다른 공연 예술인들의 몫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다만 이번 공연이 현지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 성과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믿는다. 공연 기간 중 현지 정부 및 극장 관계자들이 보여준 성의를 다한 지원, 언론사의 관심, 관객들의 반응은 그러한 믿음을 더욱 확신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확신 뒤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공연 환경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공연단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 공연단의 공연은 물론이거니와 중국 단원들과 함께한 합동공연, 중국 공연장 스태프들과의 협력,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선행 등을 통해 민간 외교 사절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무대 준비 및 진행을 맡아준 무대감독 등 스태프들에게는, 이번의 공연이 앞으로 한국과 중국과의 교류를 넓히는 데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