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이전에는 양국 국민들의 왕래가 연간 1만명 정도였다. 그것이 이제는 하루 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에는 그 미묘한 정치, 역사 문제 때문에 떨어내기 쉽지 않은 해묵은 갈등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그래도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는 역시 만남과 교류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만나고, 대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그런 살냄새 나는 ‘만남’과 상호 우호의 ‘몸짓’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과의 교류 및 실제적 우호증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해이다. 양국 정부는 1999년 10월 한·일 각료 회담에서 월드컵이 공동 개최되는 2002년을 ‘한·일 국민교류의 해’로 일찌감치 정해 놓고 무대예술, 전시, 스포츠, 청소년, 지자체, 학술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 프로그램들을 폭넓게 추진해 왔다.
우리 재단 또한, 양국 관계 발전의 추세에 발맞춰 2∼3년 전부터 일본 국민들과의 우호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꾸준히 준비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2002년에는 한·일 유관기관 및 국민들과 함께 다른 어느 해 보다도 의미 있고 풍성해진 문화교류, 인사교류, 학술교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양국에서 개최된 공연행사특히, 재단은 지난 5월 월드컵 개최를 목전에 두고 국립국악원, 일본 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과 공동으로 양국 4개 도시에서 「2002 한·일 궁중음악 교류 연주회」를 개최하였다. 먼저 열린 도쿄, 오사카 공연은 일본의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정부와 언론의 커다란 관심 속에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다. 이어 열린 서울, 부산 공연에서는 사상 최초로 일본왕실 직속 연주단체인 궁내청식부직악부(宮內廳式部職樂部)가 국내 연주 무대를 가져 우리 국민들이 일본의 궁중음악을 직접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선사했다. 이 행사는 우리 재단과 일본의 국제교류기금이 1998년 처음 협의를 시작한 이후 장기간의 공연 준비와 양국 정부,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조를 거쳐 마침내 한·일 궁중음악 교류 연주회로 그 결실을 맺기에 이른 것이다.
이 밖에도 재단은 올해 일본과의 다양한 문화교류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작곡가 다카끼 도로쿠의 창작오페라 「춘향」이 요코하마 카나가와홀 무대에 올려졌으며, 6월에는 한국의 우수 창작뮤지컬인 「우루왕」이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양국 문화예술인간 교차 방문 공연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5월~6월에는 한·일 예술가들의 합동기획작품인 「갑판위의 새들」 공연을 서울, 부산, 도쿄, 츠쿠바 등 4개 도시에서 개최하였으며, 한·일 합동 아동극 「만남」은 지난 5월말부터 한달 보름간 후쿠오카, 규슈, 도쿄, 히로시마 지역 등 일본 내 무려 26개 공연장에서, 그리고 7월 20일부터는 서울로 옮겨와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약 한 달간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ㆍ인적 교류 급증한편, 일본 내 교육기관 및 학자들의 한국연구, 한국어 강좌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들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일본의 한국어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8월 초 일본 각지의 고등학교 한국어 교사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한국어 교수법, 한국의 사회와 문화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와세다대의 ‘한국어’ 및‘한국문화와 문학’ 강좌와 규슈대 한국연구센터의 활동을 지원하였다. 특히, 규슈대는 한국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양국 간 학술교류 증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재단이 지난 ’99년부터 5년간 지원협약을 체결하고 지원해 오고 있다.
재단은 또한 각계 각층에 걸친 인적교류를 통해 양국 우호증진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3년 최초로 발족한 「한·일 포럼」은 지난 1995년 제3차 포럼에서 ‘제주도 성명’을 발표, 2002 월드컵 공동개최,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설치를 최초로 제안하는 등 지난 10년간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오는 9월에는 ‘2002 월드컵 이후의 한·일관계: 새로운 비약을 위한 발전방안 모색’, ‘한·일 경제의 상호의존관계 전망’ 등을 주제로 제10차 포럼을 일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오는 9월과 10월에는 양국을 오가며 「한·일 사회과 교사 교류사업」을 실시한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한·일 양국 중·고등학교의 사회·역사과 담당 교사들의 상호 교환 초청 연수를 실시하여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학교 교육에 반영토록 함으로써 양국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한·일 관계를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1월, 동경학예대학교에서는 재단 지원으로 「한·일 역사교과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으며, 오는 11월에는 일본 대학생 대표단을 초청할 계획이다.
월드컵 공동개최 직후인 지난 7월 초 조선일보와 마이니치신문의 ‘월드컵 한·일 공동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고 밝힌 일본 국민은 ’95년 38%, ’97년 48%에서 올해 1월에는 69%, 7월에는 77%로 급등했다. 일본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우리 국민은 ’95년 26%, ’97년 29%, 2002년 1월과 7월에는 각각 35%, 42% 수준으로 아직 절반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라고 해서 양국 국민들이 반드시 서로 친밀감을 내보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동반자 관계니 공존공영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는 제쳐두고라도 양국 국민이 최소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만나서 교류하는 일. 그것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