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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또 다른 동반자 동남아시아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단지 관광과 경제 교역만으로 기억하는 동남아시아. 이제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동남아시아를 바로 알 수 있는 강의를 순화동에 위치한 문화센터에서 2월 17일부터 4월 21일까지 매주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잘 몰랐던 동남아시아의 역사, 지리적 특성, 문화적 다양성 등을 이해함으로써 상호 협력의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동남아시아 바로 알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동남아시아 강좌는 총 10회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동남아시아의 역사, 사회, 문화, 정치에 대한 개관에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주요 국가에 대해 다루고, 끝으로 동남아시아의 역내 협력 기구인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강의로 ‘동남아시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강사는 이번 기획의 협력 기관인 한국동남아연구소의 동남아시아 전문가 10명이다. ‘동남아시아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첫 강의에 나서는 나는 뒤에 이어지는 다른 강의를 위해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셈이었다. 그러나 두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 짧은 시간에 동남아시아의 전체 모습을 인상깊게 그려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요한 측면과 특징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를 소개하는 강의 전략이 필요했다. 강의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동북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기후적 요인을 중시해야 한다. 이 측면은 동남아시아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도양과 중국해 사이 교역의 흐름에서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할 수 있었던 점을 설명한다. 다음으로는 태국을 제외한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가 서양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점을 살펴본다. 식민주의는 오늘날 같은 국경의 확정과 서구식 정치 체제 그리고 자본주의적 경제 구조의 도입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지역의 정치 및 경제에 심원한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중반 이후 중국인과 인도인이 대규모로 이주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각 국가의 경제를 장악한 것도 식민주의를 통해 일어난 것이다. 끝으로 주목해야 할 측면은 거의 모든 동남아시아인들이 특정 종교를 믿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사회.문화적 영향뿐 아니라 종종 정치와 경제에서 큰 영향을 발휘하므로 종교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동남아시아의 특징으로 가장 흔히 거론되는 것은 다양성이다. 동남아시아는 동북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세계의 여러다른 지역에 비해 민족, 언어, 종교 등이 매우 다양하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다민족.다언어의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측면 중 지리적 환경과 식민주의의 역사가 이 다양성을 낳았다. 내가동남아시아에 매력을 느끼고 연구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것도 바로 그 다양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새로이 주목 받는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동남아시아는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 정부의 아시아 외교 및 경제 정책은 주로 중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왔고, 아시아에 대한 문화적 관심도 세계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인도와 중동 등에 쏠려 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에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활발한 접촉에 비추어볼 때 많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2007년 한 해 동안 350만 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동남아시아를 방문했다. 한국에 들어와 일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는 수십만 명에 달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의 숫자만도 이미 3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5억 5천만 명의 인구에 풍부한 농수산물과 임산 및 광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한국의 경제를 위해 갈수록 중요한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대해 약 9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한류의 열풍을 타고 한국의 가요와 영화 및 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동남아시아나라들에 퍼지면서, 한국과 동남아시아는 문화적으로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위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욱 많이 요구되는 시점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이번 강좌는 참으로 시기 적절한 것 같다.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서 아시아의 위상과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이제 동북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로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학술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나의 동남아시아 강의가 청중에게 지루하게 들리지 않을까 약간 걱정했다. 그러나 강의 내내 이어진 청중의 진지한 자세와 여러 수강생이 던진 질문을 통해 많은 이들이 동남아시아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국 사회에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점차 커져갈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갈 때 한국과 동남아시아는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