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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미술대학에 한국 미술사 강의의 문을 열다

2010학년도에 중국 최고 명문 미술대학인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본과 3학년을 대상으로 ‘한국 미술사’ 수업이 필수 과목으로 개설됐다. 중국에서 한국 미술사 강의가 정식으로 개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전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중 간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인정함에도 그동안 인도 미술사나 일본 미술사는 중요시되어왔으나 한국 미술사 강의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며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노력으로 중국 내 한국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소개할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북경 사무소 문성기 소장은 중앙미술학원에 한국 미술사 수업을 개설하는 데 ‘산파’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 문화와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준 높은 강의
지난 학기 중앙미술학원에서는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와 유창종 변호사의 한국 미술사 특강으로 한국 미술의 정수를 선보였다. 또한, 필자 역시 석ㆍ박사생을 대상으로 6회의 특강을 진행했으며, 이런 특강을 통해 중국 미술사학과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의 높은 예술성을 소개할 기회를 마련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미술사를 접하게 된 중국 미술학도들은 한중 간의 교류, 영향 관계 등의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자료에 많은 흥미를 보였고, 좀 더 심도 있는 한국미술사 수업을 기대하게 되었다. 이것이 태동이 되어 이번 학기부터 정식으로 매주 화요일 3시간의 강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학기 강의를 듣는 학생은 모두 43명으로 인문학원 미술사학과 본과 3학년생이다. 이번 학기에는 모두 정식 강의가 15회 진행되며 이 강의는 중앙미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필자가 맡고 있다. 나머지 3회의 특강은 영화, 사진, 디자인 부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진행할 것이다.
15회의 강의에서는 한국 고대 미술에서 현대 미술까지 역사별로 한국의 시각 문화와 한국 미술의 현상을 소개한다. 그중 한국 고대 미술은 6회의 고대 미술사(한국 역사 개설과 초기 미술, 삼국시대에서 남북조시대 미술, 고려시대 미술, 조선시대 미술 ⅠㆍⅡ, 한국 고대 미술 특별 테마) 와 3회의 고대 문화(궁중 문화, 관료 문화, 세속 문화) 부분으로 나눠 강의한다. 또한 4회의 근현대 미술사(근현대 역사, 근대 미술 ⅠㆍⅡ, 현대 미술) 강의가 진행된다. 나머지 2회의 강의에서는 한국 내 미술관과 박물관, 중요한 문화유산의 유적지를 지역별로 소개한다.
모든 강의는 중국어로 진행되며, 매 강의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분량의 도상(圖像)으로 한국 미술과 문화의 진면모를 소개한다. 여기에 더욱 중점을 두는 것은 한국 미술이 중국의 영향을 받아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된 경지의 과정을 면밀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미술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발전
그동안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국을 알고 있던 중국 젊은이들이 이런 정식 강의를 통해 한국 고미술의 진정한 아름다움, 숭고한 역사와 문화에 눈을 뜨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고대 이래 한자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학생들도적지 않으며, 고구려와 발해 미술 강의에서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이미 중국 미술사를 학습한 그들은 중국 미술사 연구 방법으로 한국 미술사를 새롭게 인식한다. 그들은 한중 미술 간의 교류 관계, 비교 분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시한다. 심지어, 그간 한국 학자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물음을 던지곤 한다. 이는 한국 미술사학계에 새로운 시각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앞으로 한국 미술사학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치면 우수한 학생들의 논문을 선발해 ‘중국 중앙미술학원 한국 미술사’ 논문집을 편집할 계획이다.
중국 내 중국 최고의 명문 미대인 중앙미술학원에 한국 미술사가 개설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중국고궁박물관, 중앙민족대학에서도 필자에게 한중 미술 문화 교류에 대한 강의를 요청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국제 세미나 혹은 강단에서 한국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 문화와 미술의 우수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학자들을 초청하여 동아시아 미술의 흐름을 다시금 짚어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노자의 ‘합포지목, 생어호말(合抱之木 生於毫末 : 아름드리 큰 나무라도 터럭 같은 싹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말처럼 중국 전역에 한국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차근히 준비하고 한걸음씩 다가갈 것이다, 필자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중국에서 그들의 학생들에게 한국 미술사를 강의하는 날까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 선두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함께하기에 보다 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한국 문화와 예술이 중국 전역에 소개되고 전파되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