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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시간으로 완성되는 인도네시아 삶의 예술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전시실(서울 순화동)에서 지난 4월 2일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전통 섬유공예 ‘바틱’을 소개하는 <인도네시아 전통 섬유예술 - 바틱전>이 개최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인도네시아 문화진흥 민간단체인 프리저브 인도네시아(Preserve Indonesia)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이 후원한 이번 전시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바틱 공방 빈 하우스(Bin House)가 기획하였으며, 총 1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수백 년간 계승되어 온 바틱의 예술성을 알렸다.



18,000개에 달하는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섬 문화 가운데 ‘바틱’이 있다. ‘바틱’은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섬유 예술로 전통 의복, 실내 장식품, 혼수품 등 인도네시아인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공예가 발달한 인도네시아에서 수많은 섬에 떨어진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었던 것은 ‘바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고유의 관습과 의식, 예술 등 고유의 전통 문화가 모두 ‘바틱’에 스며들어 있다. 또한 ‘바틱’은 제작 기간만 5개월에서 7개월이 소요되는, 기술과 예술이 집약된 작품이다. 모두 장인의 손으로 직접 그려지고 염색되어 단 한 점도 같은 것이 없다. 완성된 천은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사롱, 집안의 가보, 혼수, 실내 장식품, 의례복 등 생활품이자 예술품으로서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사실 ‘바틱’은 동남아시아의 몇몇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그러나 전통의 전수, 새로운 디자인의 개발과 혁신, 그리고 ‘바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지가 ‘바틱’을 인도네시아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2009년 10월, ‘바틱’은 UNESCO에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빈 하우스(Bin House)는 이러한 ‘바틱’을 전승하고 발전시키는 대표적인 공방이다. 1986년, 일명 오빈(Obin)으로 불리는 조세핀 코마라(Josephine Komara)가 이 공방을 설립했다. 직조에서 염색까지 전통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빈 하우스는 인도네시아 최고급 바틱을 제작하는 것으로, 또한 전통의 계승과 창조적 개발을 함께 실현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국 내에서는 이미 여러 번의 전시회를 통해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에 전시된 빈 하우스의 작품 120여 점은 조세핀 코마라가 25년간 쌓아온 바틱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기하학 무늬, 꽃과 줄기 등 식물의 모습, 동물의 모습 등 3,000여 개의 문양과 색으로 구성된 바틱은 정교한 밑그림과 수 차례의 방염과 염색을 거쳐 완성된다. 전시실 한 면에 바틱의 제작 과정 실물과 그에 대한 설명을 전시하고 있는데, 단 한 점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고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을 ‘바틱’ 작품은 전시실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음에도 각각의 문양과 색감이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국내 최초로 전시되어 더욱 의미가 깊었던 <인도네시아 전통 섬유예술 - 바틱전>은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전통 문화의 진수와 함께,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교감할 수 있는 전시였다. 삶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 나는 ‘바틱’을 통해 인도네시아 전통의 아름다움이 국내에도 널리 전해지는 기회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