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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오늘을 보여주는 도시, 그리고 사람들

올해 제3회를 맞이하는 아랍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지난 5월 18일~24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FLUID FORMⅠ: 아랍 현대미술 & 도시디자인’전이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아랍에미리트의 현대미술과 함께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 디자인 및 건축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외교통상부, 주한 아랍외교단이 후원하고 (재)한국-아랍소사이어티(Korea-Arab Society)가 주최하였다.



2010년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수교 30주년이면서 동시에 한-아랍 소사이어티(Korea-Arab Society/KAS) 창설 3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과 아랍 22개국의 인적(人的) 네트워크 구축과 자원외교 등 국가간 교류와 협력을 위한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한-아랍 소사이어티는 2008년 창설되었으며, 이후 매해 한국과 아랍 문화권의 문화교류를 위해 아랍문화축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008년 ‘수라이 알-바크사미(쿠웨이트 출신의 여류 화가) 전시회’를 비롯, 매년 아랍문화축전을 후원해 오고 있다. 올해 역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걸프 지역 및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시(市)가 추진하는 독특하고 수준 높은 도시디자인과, 급변하는 아랍의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심상을 표현하는 현대 미술이 함께 전시된 ‘FLUID FORMⅠ: 아랍 현대미술 & 도시디자인’전이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세계와 자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아랍 지역의 예술가들
현대 미술 부문에는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아라비아,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지역의 작가진으로 구성되었으며 사진, 영화, 비디오 아트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참여 작가 중 바레인 출신이자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적을 가진 파이잘 삼라(Faisal Samra)는 드로잉, 회화, 조각 등에서 출발하여 현재 설치, 디지털 사진, 퍼포먼스 등 매체의 범위를 넓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주로 정체성, 기억 등을 주제로 하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비디오 설치 작품 《Distorted Reality (Looking in the hole), 2007》은 이러한 그의 작가론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바닥에 편편하게 쌓아 놓은 모래 위로 천장에서부터 영상이 쏘아져 내려오면, 마치 실제와 흡사한 홀(Hole)의 영상이 비치면서 전시장 안에 모래 구멍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모래 이외에 홀이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빛’이다. 영상은 햇살이 비치는 홀을 보여주고 있으며, 빛 사이로 문득 지나가는 사람이나 사물들의 그림자가 작품의 현실성을 더한다. 관람객들은 작품 가까이로 다가가 마치 실제 구멍처럼 안을 들여다보게 되고, 작은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며 집중하는 동안 영상은 서서히 저녁의 풍경으로, 그리고 거울, 혹은 창문과 같은 형태로 변하며 8분여의 상영 시간 동안 흡사 하루가 지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작가는 관객이 ‘홀’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행위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우리와 외부 세계가 맺고 있는 관계, 혹은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환기시키며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이슬람 사회에서의 아랍 여성들의 지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한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마날 알 도와얀(Manal Al Dowayan)의 사진, 여러 장소의 깃발과 ‘나’ 자신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통해 환경과 개인과의 상호 관계를 표현한 아랍 에미리트 출신의 모하메트 카젬(Mohammed Kazem)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통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아랍 지역의 도시디자인
아랍 지역은 풍부한 천연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과 레저의 중심지로서 나날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큰손’들이 모이는 이 곳은 자연스럽게 세계 주요 건축가들의 실험의 장이 되었으며, 일찍부터 국왕 주도하에 건축과 도시계획을 통한 거주지 및 공공 시설들의 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중동에 활발히 진출하던 70~80년대에도 건설 붐이 일기는 했으나, 오늘날의 아랍 지역은 환경과 실용성, 인간과의 상호관계에 중점을 둔 창의적인 도시설계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는 이미 세계의 유명인사들이 입주를 위해 몰려들었으며, 이를 본 딴 다른 인공섬들도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두바이는 다른 걸프 지역의 도시들보다 창의적인 건축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으며 골드만 삭스, 리먼 브라더스, 모건 스탠리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두바이에 진출하고 있고,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레인, 두바이, 쿠웨이트, 샤리자, 두바이, 카타르 등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다수의 걸프 지역 도시디자인이 소개되었다. 이 중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원유 매장량이 전세계 매장량의 9%나 되지만, 주 소득원은 산업, 건설 및 금융업으로 연간 국민총생산량이 1,870억 불에 달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건축과 도시계획을 시작했으며, 영국의 엔지니어와 유럽의 건축가들과 손잡고 스타디움, 공항, 호텔 등을 건설했다. 2008년, 아부다비는 재생 에너지 중심의 미래 신도시 계획을 마스다르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16년 완료될 예정이다.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물과 쓰레기를 재순환하며 차 없는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FLUID FORM:Ⅰ 아랍 현대미술 & 도시디자인’전은 최근 한국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아랍 지역의 문화와 역사, 생활상을 이해하게 해준 의미 있는 전시였다. 앞으로 열릴 아랍문화축전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며, 두 문화간의 교류가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