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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 국악인이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자부심

국악실내악단 ‘정가악회’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코스타리카와 멕시코에서 공연을 펼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스타리카에서 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을 비롯해 다수의 공연을 펼친데 이어, 멕시코에서도 할리스코주 3개 도시를 투어하며 한국 음악을 알린 그들의 열정은 중미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정가악회는 지난 8월 4일 출발해 29일 도착하기까지 코스타리카와 멕시코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중미의 하늘과 숲과 바다와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났고, 대서양과 태평양의 너른 바다와 교감했으며, 고산지대에 섰다가 열대우림에 갇히기도 했다. 중미의 자연과 환경을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 어떠한 감각에도 모자람 없이 체득하고, 그것을 우리의 음악으로 되놓기를 반복했던 시간들…. 짧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더 길어도 좋겠다는 행복한 아쉬움을 남긴 음악 여행이었다.

한국 음악을 알린 코스타리카 국제음악제
문화 외교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의해 파견된 정가악회는 ‘제 20회 코스타리카 국제음악제’에 참여하여 폐막 공연을 장식했고, 그외 여섯 번의 공식 연주와 두 번의 비공식 연주를 했다. 또, 멕시코 할리스코주 3개 도시를 투어하며 한국음악축제를 벌였다. 이 모든 지난 기억을 되살려보면 ‘행복했소!’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미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처럼 코스타리카 국제음악제는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큰 음악 축제이며 한국 음악 단체가 초청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올해는 정가악회와 빈 소년 합창단을 비롯한 10개의 단체가 서로의 음악으로 코스타리카의 자연과 그들의 환대에 화답했다.
처음 접하는 지구 반대편의 음악인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과 호응은 연일 비중 있게 다룬 언론 보도, 심도 있는 인터뷰와 리뷰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국제음악제의 주 공연장이었던 국립극장 소극장의 표가 매진되어 대극장으로 옮겨 공연을 하게 되었던 것 등을 통해서도 그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 바라보던 시선들 그리고 이내 동화되어 심취해 즐기던 모습들,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를 직접 찾아와 각자의 감동을 전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정가악회가 준비한 공연 프로그램은 ‘대취타’와 ‘보허자’ 등의 궁중음악과 시조와 판소리 등의 성악곡, 산조와 시나위 등의 민속음악과 사물놀이 그리고 현대음악인 ‘절대고독으로의 비상’(윤혜진 작곡)이었다. 공연은 공연장의 여건과 요구된 시간에 맞게 다양하게 구성하여 진행했다. 꼭 짜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구성하고자 계획했던 점이 잘 맞아떨어졌고, 이것이 좋은 호응을 이끌어낸 요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섬세한 음악에서 웅장한 음악까지, 옛 음악에서 지금의 음악까지 그리고 내적 에너지에서 그 에너지의 발산을 느낄 수 있는 음악까지…. 한국 음악의 다양함에 그리고 10여 명의 연주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에너지에 청중은 감탄했고, 뜨거운 반응을 돌려주었다. 음악제 주최측과 호텔과의 연계는 주최측의 부담을 덜 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 국제음악제에 참여하는 음악가라면 코스타리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뛰어난 기획이었다. 부럽기도 하고 배울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의 환호를 이끌어낸 멕시코 투어 공연
멕시코 할리스코주 3개 도시 투어 공연은 멕시코인들이 타 문화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열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민들의 진지한 관람과 환호는 여력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더 들려주고픈 마음이 들게 했다. 공연이 끝난 뒤 시장님께 감사패를 받기도 했고, 어떤 도시에서는 시장의 깜짝 선물로 마르아치(멕시코 가두(街頭)음악단) 공연을 하게 되어 색다른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환대는 단순히 공연이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는 이번 멕시코 공연의 기획을 맡았던 멕시코 한국문화원 원장님과 이사님의 활동의 힘이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지역에서 지속적인 교류와 ‘침술’ 봉사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을 알리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것이 밑바탕이 된 것이리라. 이번 공연 중 지속적으로 들었던 “당신들이 애국자이십니다”라는 말씀을 고스란히 그분들께 돌려드리고 싶다.
이번 공연의 준비와 진행 과정은 조용했으며 치밀했다. 긴 시간 공연을 준비하고 또 마무리하기까지 각 곳의 관계자들과 연주 단체 사이를 긴밀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며 책임을 다해주었던, 그리고 이 시간까지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또한 지속적이고 긴밀한 후원과 협조에도 감사드린다. 이렇게 도와주신 여러분 덕분에 정가악회가 문화 외교단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한국을 빛냈다는 자부심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행복과 희망을 품고 내일을 살아갈 미소를 머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