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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개관을 준비중인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의 한국전시실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는 박물관의 3대요소라고 일컬어지는 전시품, 전시공간, 전문인력면에서 미국내에서 최대 수준의 한국전시실을 보유한 박물관으로 부상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 온 한국소장품 확충게획에 따라 우수한 한국미술품 250점의 대량 매입을 진행중이며, 오는 10월 56평의 한국시을 확장 개관하기 위해 Keith Wilson 극동미술부 부장이 남다른 열정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전시품, 전시공간, 전문인력을 박물관의 3대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오는 10월 20일 한국실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서부의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이하 LACMA)의 한국실(영문명칭: Art of Korea, 국문명칭: 한국미술)은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1990년대 중반 박물관의 대대적인 한국소장품 확충계획에 따라 최근 우수한 한국미술품 250점의 대량 매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확대된 소장품의 전시를 위해 당초 28평 규모의 한국실을 56평으로 확장하여 오는 10월 재개관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인력 면에서도 비록 한국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프린스턴대학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전문적인 훈련을 쌓은 Dr. Keith Wilson 극동미술부 부장이 큐레이터로 한국실을 담당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한국계 Karen Hwang이 학예조교로 팀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몇 차례의 한국 방문과 국내외 한국미술전문가의 현지 초청 등으로 신규 구입한 한국소장품에 대해 전문적 자문을 받으면서, LACMA 특유의 현대적 전시기법을 통해 일반에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한국미술품의 소개를 위해 전시실 단장에 여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해외박물관들이 한국미술품 구입이나 전시실 프로젝트 등을 주로 한국측 지원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LACMA의 이러한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과 대규모 투자는 매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LACMA는 자신들의 한국실을 한반도 밖의 최고의 한국미술연구·전시 센터로 육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피력하고 있다. 박물관의 이러한 포부는 인근 UCLA에 재단 지원으로 한국미술사 교수직이 설치되어 새 학기부터 Berglind Jungmann이 한국미술사 연구와 강의를 하기로 되어 있어 매우 실현성이 높은 계획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ACMA는 반관반민 (municipal & private)의 성격으로 1944년 설립되었다. 그 규모만도 현재 미국 서부의 최대이자 미국 5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연중 관람객이 70만 명에 이를 뿐만 아니라 박물관 자체 회원만도 9만 명이다. 박물관은 크게 한국실과 중국실이 위치한 Ahmanson관, Hammer관, Anderson관, Bing Center, Japanese Pavilion(일본관)의 5개 건물과 야외 조각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소의 부족으로 고민하던 박물관이 최근 박물관 맞은편 건물을 매입하여 수장고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LACMA에는 연중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망라하는 세계적 수준의 특별전과 상설전시가 이어지고 있고, 각종 축제와 행사 개최로 LA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일 끊이질 않는다. LA County 지역의 아시아계 이민자 규모는 110만 명(1998. 5월 통계) 수준으로 전체인구의 약 11.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지역 내 아시아계 주민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LACMA가 아시아 미술에 가지는 관심은 각별하다. 일본미술의 경우 별도의 독립된 건물(Japanese Pavilion)에 연중 상설 및 특별 전시를 개최하고 있으며, 중국실은 170평 규모의 전시실이 한국실과 함께 Ahmanson Building 지하층에 위치하고 있다. 이밖에 동, 서남아시아 전시실이 200평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의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5~6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LACMA는 1988년 일본관(Japanese Pavilion) 설립에 이어 1990년대에 들어서 한국관 설립을 위해 재단측과 협의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LACMA에 소장된 한국 유물은 겨우 60여 점으로 28평 정도의 한국실(1978년 설치) 운영을 전적으로 국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대여한 유물에 의존해오고 있던 터였다. 이에 재단은 소장품의 확충이 전제되지 않은 한국관 설립은 설립 이후 전시실 운영상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박물관도 이러한 재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국미술품 구입을 박물관 차원의 소장품 확충계획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다. 아울러 한국실을 28평에서 56평 규모로 확장 재배치하는 보다 현실적인 한국미술 진흥 1단계 목표를 수립하게 된다. 박물관의 한국미술품 구입 대상은 LA 지역 출신 개인 소장가로 한국미술품을 40년 이상 수집해온 Robert Moore의 소장품.

Moore씨는 이미 자신의 출신 지역이자 자신이 일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온 LA 지역의 공공기관에 자신의 소장품을 인계하기 위해 LACMA를 접촉해온 터였다. Robert Moore의 소장품 중 하나인 화재 변상벽의 「윤봉구 고희기념 영정」(조선후기 작품) 소장품 매입을 위한 자금모금 활동은 미국 주류사회와 LA 지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모금활동의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LACMA는 구체적인 미술품 매입을 위한 수순으로 1997-1998년에 걸쳐 약 6개월 간 큐레이터 2-3명을 거의 매일 Moore 씨 집에 파견, 전체 콜렉션을 분류,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이제까지 국내에도 알려진 적이 없는 Moore Collection의 유물 한 점 한 점이 조사, 기록되었다.

매입대상 유물은 전체 Moore Collection 한국소장품 600점 가운데 250점으로 최종 확정되었으며, 선정된 250점의 상태 및 보존 정도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쳐 1998년 말 매입가격 책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자신의 Collection을 LACMA에 유치, 전시·연구·보존하고자 하는 개인적 소망을 가진 Moore씨는 이미 매입대상 유물을 박물관에 옮겨다 놓은 상태이고, 매우 관대한 자세로 임하고 있어 협상은 조만간 원만히 마무리되리라 기대된다. Moore Collection의 합류로 LACMA 한국소장품은 320점으로 확대되었다. 새로 추가된 대표적인 유물로는 금동여래입상(통일신라전기), 상감철유회 연당초문편병(고려 후기), 청동은입사 꽃무늬 향로(고려 후기나 조선 전기), 화재 변상벽의 초상화(조선 후기) 등이 있다. 개관 전시에는 15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Ahmanson관은 지하층에 설치된 Times Mirror Central Court를 중심에 두고 사각형의 테두리를 따라 전시실이 위치하고 있다. 한국실은 이 건물 지하층에 중국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개관 전시 유물에 대한 자문과 행사 협의를 위해 서울대 정형민 교수와 함께 동 박물관을 방문한 지난 7월 중순에는 전시실 기본 공사와 지진에 대비한 내진공사가 막 마무리되어 개관 전시에 선보일 전시품들이 1차적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전시실은 전체적인 디자인에 있어 중국실과의 통일성을 배려하면서도, 중국실(붉은색, 황금색)과 대비되는 짙은 파랑으로 진열장 하단을 처리하는 등 색상과 나무의 재질 등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를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전시실을 둘러본 정형민 교수는 “개관 전시를 위해 준비중인 유물의 내용이 매우 풍부하며 동시에 높은 수준이고, 담당자들이 한국 미술품의 특성에 부합되는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서 전시실 설계의 세부적인 부분에까지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준비중이어서 미국 내에서 최고 수준의 한국미술 전시실이 될 것이다.”라고 한국실을 평가했다.

전시실은 크게 네부분으로 구분되어 (1)선사시대~통일신라, (2)불교미술, (3)고려, 조선의 도자기 청동유물, (4)조선시대(회화, 칠기, 조각, 가구 등) 순으로 관람하게 된다. 특히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입체적인 전시실 관람과 전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람 순서에 따라 헤드폰을 끼고 한국미술 전반에 대한 소개와 개별 전시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audio tour(영어 및 한국어 녹음 안내)를 개발, 제작하였다. 이번 audio tour 개발에는 한국실 audio guide 외에도 박물관 주요 전시실에 대한 한국어 audio tour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미국 내 박물관이 영어 이외의 타 언어로 개발한 audio tour의 첫 사례로 최근 New York Times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전시품 레이블에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표기될 예정이다.

이번 한국실 확장 개관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LACMA의 한국실 담당 큐레이터인 극동미술부장 Keith Wilson은 “Getty Center의 개관과 대규모 음악센터 설립 추진 등으로 LA지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들을 유치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 박물관이 우수한 미술품을 매입하여 한국미술의 창의성과 우수성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이를 계기로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연구가 더욱 활발해 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LACMA는 개관 이후 본격적인 소장품 연구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실 개관 1주년을 맞게 되는 내년 10월에는 한국실 확장, 재개관을 기념하는 한국미술 국제심포지엄’ 개최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국실 재개관을 준비하는 LA의 한국미술 열기가 태평양을 건너 서울에도 전해지는 듯하다 이 밖에도 세계 90여 개국에 관한 일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270여 개의 웹사이트, 50여 재단 유관기관의 웹사이트, 230여 개의 한국안내 관련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링크서비스, 이용자들의 문의사항, 불편사항, 제안사항 등을 게시하는 묻고 답하기(Q&A) 등이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