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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떠난 오사카,원조 한류를 재현하다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문물을 전한 ‘도래인(渡來人)’들의 행차를 재현하는 ‘사천왕사(四天王寺) 왔소’ 축제가 지난 11월 7일 오사카시 나니와노미야(難波宮) 유적공원에서 퍼레이드와 공연, 물품전, 한식 소개 등 다양한 볼거리로 성대하게 열렸다.



‘사천왕사 왔소’ 축제의 유래
오사카 지역의 주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은 사천왕사 왔소 축제(시텐노지 왓소 마쓰리)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손님들을 맞이하던 환영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한국말의 ‘왔소’에서 유래된 축제다. 사천왕사의 일본식 한자 발음인 시텐노지는 고대 백제의 건축 장인들의 손에 의해 건립된 일본 최초의 불교 사찰이며, 당시 외국의 사절단을 맞이하던 장소였다. 마쓰리가 열리는 주요 행사장인 나니와노미야 궁터는 고대에 백제계 도래인들의 진출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4세기경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 박사는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학문과 인륜의 기초를 세웠으며, 공예를 전수하여 일본인이 큰 자랑으로 여기는 아스카 문화의 원류가 되었다. 또한 함께 건너간 도공과 기와공, 직제공과 제철 장인도 고대 일본의 문물에 크게 기여했다. 성덕 태자(聖德太子)가 시텐노지의 건축 책임을 맡긴 사람도 백제인 건축 기술자들이었다.
사천왕사 왔소 축제는 고대 한일 양국의 국제 문화 교류의 단상을 재현하여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한일 양국의 우호 친선을 촉진하기 위해 1990년부터 재일동포 사회가 주축이 되고 일본 기업의 협력하에 추진된 지역 축제 행사다. 매년 고대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해준 한국 사절단의 도착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시민과 학생 1000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고대 한일 간의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사절단 도착 모습을 재현하면서 한국 전통 악기 연주, 무용 연습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익히게 된다. 한때 주최자였던 재일기업 관서흥은(關西興銀)의 부도로 인해 중단된 적도 있었으나, 2004년부터 규모를 축소하여 NPO 법인 오사카 왓소 문화교류협회가 중심이 되어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국제교류재단도 일부 예산 지원을 했다.



2010 사천왕사 왔소 축제의 현장
오프닝 공연 -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사천왕사 왔소 축제에서는 오프닝 이벤트로 한국의 여성 타악 퍼포먼스 그룹 ‘드럼캣(DrumCat)’과 백제문화제 일행단인 금강대향로오악사(金剛大香爐五樂士) 등이 공연을 펼쳤다. 특히 금동대향로오악사 공연은 고대 백제 음악의 진수로서 일본에 처음 공개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 부여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를 토대로 복원된 오악기(완함, 종적, 배소, 거문고, 북) 연주로 ‘산성의 아침’, ‘백제여! 향로여!’ 등 백제 음원을 재현한 세 가지 곡이 연주되었다.
한일 양국 정상 메시지 - 퍼레이드에 앞서 개최한 개회식에서는 권철현 주일 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고, 칸 나오토(菅直人) 일본 수상도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왔소 축제가 양 국민 간의 문화적, 정서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축제로서 21세기의 한일 우호 협력 시대를 선도해나기를 바란다고”고 표명했으며, 칸 나오토 수상은 “왔소 축제가 고대부터 현대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양국 교류의 장으로서 더욱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오사카 시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하시모토 토오루(橋下徹) 오사카 지사는 “왔소 축제는 일본과 한국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축제다. 오사카에서도 소중한 축제이니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표명했다.
사절단 퍼레이드 - 오후 1시30분경부터 ‘탐라’,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 ‘조선왕조’ 순으로 각국 사절단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일본의 관문이던 오사카에 배로 도착해 성덕 태자의 안내를 받아 당시 영빈관이던 사천왕사로 행진하는 모습과 경내 교류의식을 2시간 동안 재현하여 한반도 문화의 일본 전파 과정을 구현했다. 고대의 의상을 입고 “왔소”라고 소리치면서 시작된 대순행 퍼레이드에는 백두학원, 금강학원 등 민족학교를 비롯하여 오사카 지역 초・중・고등 22개 학교의 학생 780명과 자원봉사자들 300여 명이 출연했으며, 이를 지켜본 45,000여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최 상궁 역을 맡았던 탤런트 견미리 씨가 특별 출연으로 조선왕조 행렬에 참가해 많은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일본의 한류는 멜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하여 <대장금>, <태왕사신기>, <주몽>, <선덕여왕> 등 역사물과 첩보물인 <아이리스> 등이 맥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소녀시대, 카라 등 걸 그룹이 한류의 새로운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일 문화 교류의 첫 장을 연 왕인 박사가 한류의 원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천왕사 왔소 축제는 1,400년 전의 원조 한류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이해를 높이는 행사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일 양국 국민은 연간 민간 교류 500만 명의 시대, 일일 생활권의 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 과거 빈번히 교류했던 역사 속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을 계승하여 양 국민 간의 문화적, 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시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양국 간 우호 친선의 첩경이 될 것이다. 또한 사천왕사 왔소 축제는 한일 간의 국제교류를 테마로 한 유일한 지역 축제이며 다수의 청소년들이 참가하고 있는 교육적 문화 행사로서도 의의가 크다. 사천왕사 왔소 축제가 보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튼튼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성장, 발전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