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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의 첨병, 중국 대학 한국어 교수 3인을 만나다

북경사무소는 지난 11월 12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파견하여 올해부터 북경대학교(베이징대학교), 인민대학교(런민대학교), 청화대학교(칭화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는 세 분의 교수를 초대하여 좌담회를 개최했다.
북경대학교의 김인규 교수, 인민대학교의 강영아 교수, 청화대학교의 안유진 교수가 참석한 이번 좌담회에서 세 교수들은 중국 대학에서의 강의, 중국 생활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좌담회의 내용은 역시 재단 파견으로 북경 대외경제무역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현재 북경 공업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는 배규범 교수가 정리했다.



중국 내 한국어 강의의 현황과 개선점
Q. 문성기 : 강의가 진행 중이라 바쁘실 텐데 이렇게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중국에서 생활하시면서 느끼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중국의 대학은 한국과 다른 점도 많을 텐데 지내시는 것은 어떠신지, 수업은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 또 재단 입장에서 도와드릴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김 교수님과 안 교수님은 9월부터 강의를 시작하셨는데요. 김 교수님은 중국이 처음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김인규 : 우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9월 학기에 맞춰 왔으니 이제 두 달이 좀 넘었군요. 제가 중국어를 모르다 보니 이런저런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만 학생들과 다른 중국 교수님들 덕택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한국어문법’과 ‘한국어와 언어생활’ 두 강좌를 맡고 있습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10시간 정도를 제가 담당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학생 수는 대체로 학부 3학년 8명과 대학원생 15명 정도입니다.

Q. 배규범 : 그럼 현재 강의는 한국어로만 진행되고 있겠군요.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업을 소화하는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A. 김인규 : 일단 제가 중국어로 강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한국어로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3학년생들인데도 100% 한국어로 진행하는 강좌를 듣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학원생들은 당연하고요. 저도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A. 안유진 : 청화대의 경우는 한국어학과가 없어서 대신 외국어학원(外國語學院) 내에서 교양 한국어의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과목은 ‘한국어 1’, ‘한국어 2’, ‘한국어 3’으로 총 34명의 학생이 일주일에 2시간씩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A. 강영아 : 인민대도 청화대와 마찬가지로 단독 학과가 없기 때문에 교양 강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공한어(公公韓語) 1’ 3개 반과 ‘공공한어(公公韓語) 2’ 2개 반으로 각각 2학점입니다. 학생 수는 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15명 정도로 총 70명 정도가 한국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입문 과정에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업은 중국어 위주로 진행하면서 한국어를 반복해서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A. 배규범 : 입문 과정, 특히 인민대나 청화대는 교양 학점으로 듣는 거라 학생들의 수강 동기부터가 한국어과 학생과는 다를 것 같습니다. 자연히 초급 단계에서는 담당 교수가 중국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북경 공업대의 경우는 1학년 초급 학생들에게 한국어로만 수업을 진행해줄 것을 부탁받기도 합니다. 원어민 교수가 반복해서 한국어를 구사하면 학생들은 당장은 힘들지라도 차츰 적응이 되어 훨씬 빠른 속도로 한국어를 익히게 된다는 겁니다.

Q. 문성기 : 저희 재단 입장에서는 한국어 자체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보다 큰 틀의 한국학 차원의 접근, 즉 중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한국학을 연구하는 데 한국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초나 입문 과정의 한국어 교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희가 보유한 고급 인적자원들이 좀 더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A. 김인규 : 제도적인 제약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대학원 과목을 맡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북경대에서는 부교수 이상 직급을 가진 분들에게만 대학원 강의를 허용하기에 학교 규정상 다음 학기부터는 대학원 강의를 맡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 강영아 : 제 강의 수강생은 대부분 경제 또는 법학 전공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한국어가 정말 필요해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여러 학생들을 모아 공통적인 교양 한국어 강좌를 하는 것도 나름의 효과는 있지만, 경제
관련 학과나 법학 관련학과 내에 한국어 과정을 운영하면 이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어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A. 안유진 : 청화대에서도 처음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 등으로 한국어 강좌를 많이 듣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듭니다. 전공과 직접적인 연계를 찾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듯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인이 아닌 제3국 학생이 한국어 강의를 듣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한국인 친구 때문이라고 하죠. 민간 외교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현지 중국 생활의 모습과 학교 및 재단에 바라는 점
Q. 문성기 :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은 저희 재단에서도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생활하시는 시설은 어떤가요? 저도 처음 부임했을 때는 여러 가지가 낯설어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A. 안유진 :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청화대 인근 아파트입니다. 강의실까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 걸리죠. 방 2개, 욕실, 거실, 주방이 갖추어져 있어 공간은 충분한 편입니다. 다만 오래된 시설이라 자주 고장이 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도 연락만 하면 관리실에서 바로 처리해주니까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A. 강영아 : 인민대는 학교 내에 설립한 고려대회관 안에 숙소가 있습니다. 침실 1개, 거실, 화장실이 있고요, 세탁실과 주방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에 환풍기가 없어서 조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쉽기도 합니다.
A. 김인규 : 저는 학교 밖에 있는 교직원 숙소를 쓰고 있습니다. 오래된 시설이라 불편한 점이 더러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전기 주방기구에 전기선을 연결해 베란다 쪽으로 내어다가 김치찌개를 해 먹었습니다. 그 어두운 데서. (웃음) 하지만 24시간 경비 체제라든가 학교와의 거리라든가 남향이라든가 하는 점들은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A. 강영아 : 그래도 제가 10여 년 전에 중국에 왔을 때보다는 엄청나게 생활 환경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숙소 지하에 작은 편의점이 있고, 그 옆에도 작은 슈퍼마켓이 있죠. 또 저는 중국어를 전공해 중국어 사용에도 불편한 점이 없기 때문에 생활상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A. 안유진 : 청화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편에 편의시설이 많아 생활 면에서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저도 학부 때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 방문 경험이 있어 중국 생활이 익숙한 편입니다.
A. 배규범 : 역시 두 분은 중국어도 가능하시고 중국 유학 경험도 있으셔서 여기저기 잘 찾아다니시는 것 같네요. 저도 중국에 오기 전에 중국 경험이 있었더라면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문성기 : 대학이나 우리 재단 측에 부탁하거나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죠.

A. 강영아 : 저는 현재 단기 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취업 비자로 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두 달째 서류 준비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 처리의 속도가 느린 것도 문제지만 이런 점들은 대학 측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A. 김인규 : 저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소식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 배규범 : 현지 생활에서 학교 측이나 강의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재단으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고,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매뉴얼화된 통로가 있었으면 해요.

문성기 : 비자 문제는 재단 본부와 상의해서 학교 당국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겠습니다. 재단 소식지 또한 재단 본부에 발송을 요청하도록 하고요. 오늘 이 자리가 아쉬운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외에도 재단과 여러 교수님들, 또 소속 학교와 좀 더 효율적인 소통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숙제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학기 남은 시간을 잘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사무소에서는 여러분들뿐 아니라 재단의 지원으로 강좌를 설치한 학교의 교수님들도 초빙해 이런 모임의 저변도 확대하고 정례화해서 좀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