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국립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대학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국가들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와 생활 풍습 등을 전반적으로 연구하는 교육기관으로, 한국 관련 학과들도 이곳에 있다. 한국경제학과, 한국역사학과, 그리고 한국어문학과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전공을 정하기 전에 모든 한국학의 기초가 되는 한국어 과정을 밟게 되는데, 1학년 때는 매주 16시간씩 강의를 듣고, 2학년부터 한국어 과정과 전공을 병행하게 된다. 물론 한국어 과정은 한국어문학과에서 전적으로 담당하는데, 학생들은 단지 한국어를 배우는 것 이외에도 한국의 생활과 풍습·문화·종교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아프리카대학 한국어문학과는 동 대학 설립과 함께 개설되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한국어학 권위자인 유리 마주르(Yuri N. Mazur) 교수가 학과장을 맡은 바 있다. 마주르 교수의 제자들은 현재 아시아·아프리카대학 한국어문과를 비롯한 많은 분야에 폭넓게 진출해 활동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마주르 교수의 제자이자 한국어문학과 책임교수로서 스승의 업적을 최대한 이어받아 본교 교육현실에 적극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전임교수로 필자와 러시아어학 박사 정인순 교수,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대학 졸업생 발렌티나 펜추호바(Valentina Pentyukhova) 교수 등 세 명이 있다.
50여 학생들이 한국학에 몰두1990년 한·러 외교관계 수립 이후 러시아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져 많은 러시아 학생들이 한국 관련 학과에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한국학과는 중국학과나 일본학과, 또는 아랍학과 등과 어깨를 겨룰 만큼 큰 발전과 성장을 이룩하였다. 최근 한국학과 학생 수는 40~45명 정도인데, 석·박사과정생들까지 합하면 50명이 넘는다. 따라서 전공을 제외한 한국어 강좌만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전부 합해 매주 64시간이나 되는데, 교수들은 이러한 강의 외에도 문과대학에 유학중인 한국인 석·박사과정생들의 학위논문 심사에도 참여하고 있어 학문적 활동을 위한 시간이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학문적 발전에 기여할 수 없는 형편이라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 기회가 닿는 대로 학술행사에 참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올해 여름에는 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 실시한 ‘한국문학제’에 참가해‘조선여류시인들의 시조’에 관한 소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학생들 또한 한국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학생학술회의를 비롯한 여러 한국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2001년 2월부터는 ‘한국의 밤’ 행사를 개최하여 한국의 전통 음악과 춤·연극·콩트·시 등을 폭넓게 익히며 전파하고 있다.
재단 지원으로 교수·학생 연구열 높아져몇 년 전부터 우리 한국어문학과는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로 계시던 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인호 이사장님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재단으로부터 학생들의 한국 연수와 교수들의 한국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학생들은 재단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연수 기회를 서로 차지하고자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실력을 높여가고 있고, 한국 연수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에는 재단에서 본교 학생들에게 매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부담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는 등 매우 고무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교수단은 재단의 지원으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모스크바대학교 1학년 한국어 교재를 발간하게 되었으며(올해 9월 출판 예정), 3학년 러·한 번역교재 또한 올해 12월에 출판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재단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교재 집필 및 발간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한국학 발전을 위해 다양한 문화와 학술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교 졸업생들의 활동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졸업생들은 한국학 연구에 종사하거나 러시아 외무부를 비롯한 국가기관들과 주러 한국대사관·한국 기업·한국 관련 러시아 기업 등에 진출하여 활발한 사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100%에 달해 러시아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아시아·아프리카대학에는 외국인 학생들도 많이 있는데, 한국학과에도 중국 학생들이 있어 러시아 학생들과 함께 한국학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