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설렘 속의 서울 방문출발 3주 전에야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의 10주간 인턴생활에 대한 통지를 받은 필자는 한국어 기초회화 책을 손에 들고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서울까지 23시간에 걸친 여행을 시작했다. 필자는 웰즐리대 3학년생으로, 매년 여름 웰즐리대 학생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해주는 엘리자베스 루스 무어 ‘24 웰즐리-옌칭 프로그램’의 올해 참가자 중 한 명이다. 사실 원래 계획했던 홍콩에서의 인턴활동이 사스(SARS)의 영향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아시아를 방문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이번 여름은 플로리다 고향집에서 은퇴한 골퍼들에게 레모네이드나 팔면서 보내겠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인호 이사장님이 인사교류팀에서 인턴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고, 이를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에서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려는 재단의 유연성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감을 느끼며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사람들이 나를 잘 대해줄까? 한국어를 모르는 데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재단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의문들은 친절하고도 유능한 재단 직원들을 만나면서 사라졌다. 그들은 필자가 플로리다의 작은 도시를 떠나 한국의 분주한 수도에서의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서울에서 보낸 여름의 절정이 될 ‘한국연구 워크숍’의 진행 보조를 맡겼다.
알찬 일정으로 짜여진 한국연구 워크숍재단과 고려대가 공동 주관하는 한국연구 워크숍은 영어권 교육자들을 2주간 한국에 초청하여 한국을 알리는 사업이다. 올해의 42명의 참가자들은 호주·캐나다·뉴질랜드·미국 등에서 온 각급 학교 교사·교육행정가 및 교수들이었다. 서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참가자들은 도시 곳곳을 답사하고 한국음식을 맛보며 한국문화에 젖어보려고 열심이었다. 이러한 참가자들의 열성과 주최측의 빈틈없는 준비는 워크숍의 성공적 진행을 약속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워크숍 일정은 강연과 체험 및 답사로 짜여졌다. 예를 들어 남북한 관계에 대한 강연 직후에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판문점을 방문해서 강연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즉, 개론적인 강연과 실제의 체험을 연계함으로써 참가자들이 2주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한국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외에도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의 한국 경제에 대한 강연, 대일외국어고등학교에서의 수업, 서예 강습 및 한복 입어보기 등 다양한 일정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옛 신라의 수도 경주를 여행한 것으로, 경주에서 보낸 나흘 동안에 한국에서 보낸 첫 3주간보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또한 답사기간 동안 해인사·대릉원·전통공예마을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답사를 통해서 참가자들은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하게 되었는데, 경주 남산을 등정한 것은 몇몇 사람들에게는 고소공포를 극복해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주었다.
지구촌시대의 한국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국연구 워크숍은 참가자와 주최자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함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지리적, 문화적 장벽을 넘어 배우고 가르치는 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그 의의가 한결 더했다. 특히 필자는 워크숍 진행을 도우면서 이러한 헌신적인 교육자들은 물론 전직 대사·고려대 총장 등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만남은 새로운 인생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해주었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한국은 유구한 역사의 과거와 풍요한 현재가 있으나, 정전협정 후 50년이 지난 지금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려는 재단의 노력은 번영된 미래를 이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 대해 알게 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고,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역동적인 나라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할 사람들로서 재단 직원들만큼 알맞은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서로 점점 더 밀접한 관련을 맺어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가르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사람들로 워크숍에서 만난 교육자들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