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 JW메리어트호텔 2층에 마련된 등록 데스크 주 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갓 뽑은 커피 향기가 가득한 가운데 한국국제교류재단 직원들은 현장에 도착하는 포럼 참가자들을 맞아 명단에서 각 참가자의 이름을 신속 정확하게 찾아내느라 여념이 없 었다.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강연장으로 들어가 조찬 테이블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해리 젠킨스 호 주 하원의장은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 참석으로 방한 일정이 빡빡함에도 잠시 시간을 내어 강연을 맡았다. 걸출한 아태 지역 원로 정치가에게 조찬 강연을 듣게 된 것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매우 특별 한 기회였다.
아태지역 의회 및 의원들의 근본 역할과 책임 강조
제35차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 발표자인 젠킨스 의장이 강연장에 입장하자 청중은 큰 박수로 그를 맞았다. 많은 청중을 보고 처음엔 약간 긴장한 듯했으나 젠킨스 의장은 곧 안정감 있게 강연을 시작 했다. 주제는 ‘호주와 아태 지역 국가 간 의회 관계의 발전과 방향’. 젠킨스 의장의 말과 같이 자신이 이러한 강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한호 수교 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한영희 한국국제교류재단 사업이사의 간략한 소개 및 환영사에 이어 조찬 대화가 오고 가며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젠킨스 의장은 아태 지역이 다른 지역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함에 따라 바 야흐로 아태 지역의 세기가 밝아오고 있다는 말로 강연의 포문을 열었고 이를 듣는 청중 모두 반 색했다. 젠킨스 의장은 아태 지역이 주도하는 이 새로운 세기에 동 지역의 중견국인 한호 양국이 상호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자 관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포럼에 참석한 청중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지역 전체가 이러한 새로운 세기를 주도해나갈 준비를 어 느 정도나 갖추고 있는지를 물었다.문화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성공적으로 선직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으로부터 배울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젠킨스 의장은 복잡한 난제의 해결을 위해 공동체의 지원 을 이끌어내야 하는 아태 지역 각국의 의회 및 의원들의 근본 역할 및 책임에 대해 먼저 주의를 환 기시켰다. 또한 오랜 기간 호주 의회에 몸담은 그는 의회와 의원 모두 환경, 안보, 교역, 비핵화 등 다 양한 사안을 숙지하고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새로 부상하는 문제들이 국제적 견지에서 세계적 공 조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인지는 곧 각 의회가 적절한 법적 틀을 강구해 그 안에서 자국 정부가 정부 간 협상 등의 효과적인 행정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물론 기술, 특히 IT의 발달 덕분에 복잡다단한 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지 기는 했지만 해당 문제를 선거구민 그리고 보다 빈번하게는 의회 간 대화를 통해 다른 나라 의회와 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역내 다른 국가의 의원들과 논의 및 대화를 시 도하지 않는다면 해당 문제는 독립적인 국지적 사안으로 치부되며 국제적 관점이 결여된 채 국가 간 공조 조치를 수반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젠킨스 의장은 먼저 급격한 해수면 상승, 난민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호주 정부의 이니셔티브와 태평양 도서 국가 의원들과 자신의 접촉 및 교류 노력을 언급했다. 그리고 역내 안보 문제, 특히 비핵화 및 핵무기 군비 축소를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 을 기울이고 있음을 전했다. 이러한 사안과 관련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의회 책임 기제를 이용해 지역, 국가, 지방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호 양국의 긴밀한 공조와 아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제언
공조를 통한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함에 있어 지역 내 근린국의 의회를 지 원하는 것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라고 젠킨스 의장은 보았다. 아태 지역 내 많은 국가가 여 전히 사회 및 정치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발도상국 단계에 있으므로 한국 및 호주 의회가 역 내 의회 간 활동 참여 및 인적 교류를 통해 이들 개도국 의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양국 의회 간 교류 촉진 등의 내용을 담아 발표한 공동 성명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올바른 조치이며 자신 또한 이들 교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호 양국의 미래 지도자들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 간의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호주정치 교류협회(Australian Political Exchange Council)를 통해 공조 지원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언급한 젠킨스 의장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동 협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이러한 교류 증대에 일 조하고 있음에 축하의 말을 전하는 한편으로 자신을 강연자로 초대해준 것에 대해서도 재단에 사의 를 표했다. 젠킨스 의장은 한호 양국이 다른 국가 의회를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많 은 국제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만큼 아태 지역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하 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또한 한호 자유무역협정이 호주 의회의 심의를 거쳐 비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젠킨스 의장의 이번 강연은 특히 한반도에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한 명백한 대치 상황 과 연관하여 한국 및 아태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현 상황에 맞는 시기 적절한 논의였다. 한반도를 둘 러싼 안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관련 당사자, 특히 각국 의회가 열린 마음으로 국제 공조를 통한 해결책 및 조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한호 양국 간 상호 동반자 관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정수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