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뉴질랜드 헤럴드는 어떤 신문인지 그리고 자신이 맡고 있는 직책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뉴질랜드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문사로 오클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나는 이곳에서 소수 민족, 이민, 유학 섹션을 담당하는 수석기자로 일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은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커뮤니티 그룹이면서 동시에 두 번째로 큰 유학 시장이다. 이렇게 한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평소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았고, 이번 첫 방한이 매우 중요했다. 그동안 주로 뉴질랜드 내에 형성된 이민자 그룹을 통해서 한국을 접한 나에게 다른 시각으로 한국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내 한국인을 통해 본 한국의 인상은 어떠한가.
한국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굉장히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데,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 대한 독특하고도 강한 인상이다.
실로 많은 한국 학생들이 뉴질랜드로 조기 유학을 온다. 유독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을 어린 나이에 유학시키면 아이들이 서구 문화나 언어를 더욱 빠르게 흡수하고 미래에더 좋은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면을 생각한다. 그런데 수 년 동안 개방된 서구문화에서 자란 학생들 중 상당수는 본국으로 돌아와 취직을 할 때 반대로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큰 한계에 부딪힌다. 또한 자녀를 조기 유학시킨 가정은 기러기 아빠 현상처럼 긴 시간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애와 희생을 감안하면서까지 자녀의 영어 교육에 몰두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매우 놀라웠다.
본인의 경우는 어떠한가. 싱가포르 출신으로서 뉴질랜드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많은 고난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나 역시 뉴질랜드에 정착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싱가포르의 신문사에서 수석기자로까지 활동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정식 기자가 되기 위해 신문 배달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서구 사회에서 아시아인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리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 벽을 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영어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신문사를 차렸고, 헤럴드 같은 거대 신문사에서 취재하기 힘든 소수 민족, 이민 등의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뉴질랜드에서 내 능력을 인정하고 기자로 발탁될 수 있었다.
이번 방한 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는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다녀왔는데,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깜짝 놀랐다. 특히 각종 생선과 해산물을 살아있는 싱싱한 상태로 구입해 그 자리에서 회로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이 흥미로웠다. 산낙지를 먹을 땐 삼키기 전에 반드시 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 목이 메기도 했지만,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7층짜리 건물의 찜질방이다. 일본을 여행했을 때 공중목욕탕을 들러보긴 했으나, 한국의 찜질방처럼 거대한 규모의 사우나는 난생 처음이었다. 2년 전에 한국으로 들어온 뉴질랜드 친구와 그 찜질방에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국에서 나체로 사우나를 즐기는 경험이라니,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의료관광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현재 여러 제3세계 국가들도 의료관광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한국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늘 내 얼굴이 조금 더 어려보이지 않는가? 하하. 실은 이와 관련해 어제 스킨케어 체험을 했다. 내가 찾은 피부과의 손님 중 40%가 남자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대체로 남성들은 스킨케어 등에 관심을 갖지 않는 뉴질랜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 놀랐다.
한국사회에서 외모는 남녀를 불문하고 매우 중요한 화두이다. 사람들이 항상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신경을 쓰기 때문에, 나는 아시아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예쁘고 아름다운 한국인 자체가 의료관광의 프로모션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한류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 TV에 나오는 K-pop 스타들을 보고 사람들은 ‘와, 소녀시대 정말 예쁘다’라고 찬사를 한다. 이 같은 아름다움에 대한 경향과 한류의 트렌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훌륭한 산업적 인프라와 더불어 여타 제3세계에서는 찾을 수 있는 한국만의 장점이다.
이번에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어봤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한식을 권할 때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뉴질랜드에서 온 것을 감안해 이번에 국제교류 측은 한국 전통 음식 외에 파스타 등의 서구 음식도 내 식사 메뉴로 넣었는데, 이와 비슷한 성격의 일본투어를 했을 때, 그들은 훨씬 더 강력하게 그들의 전통 로컬푸드를 추천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불고기와 갈비와 같은 몇몇 음식만이 서구인의 입맛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의 다른 훌륭한 음식들을 권하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 스시의 신맛보다 참기름이 들어간 한국의 김밥이 오히려 서구인의 입맛에 더 잘 맞는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식을 다 좋아할 순 없지만, 그것을 접해본 사람들은 적어도 한국 음식의 특징과 본질을 기억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처럼 좀 더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와 한국 간 더 많은 문화적 교류를 위한 의견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뉴질랜드인 경찰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뉴질랜드에 돌아가면 동료들에게 한국인 가정을 방문하거나 수사할 땐 반드시 신발을 벗고 그 가정에 들어갈 것을 주지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신고 집안에 들어서는 서구적 습관은 아시아인들에게 무례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문화적 교류는 이런 작은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뉴질랜드에 사는 아시아인 기자로서의 나의 위치는 좀 특별하다. 나는 여타의 서구 기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아시아 문화들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내 여러 민족과 소수 커뮤니티들의 뉴스를 기사화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을 좀 더 깊숙이 파악할 수 있는 이번 방문은 매우 뜻 깊었고,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국제교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 안기옥 사진 김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