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에 대한 두 나라의 열띤 토론
이번 포럼을 위해 한국 측은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대표단장으로 모두 21명, 중국 측은 쭈리란 인민외교학회 고문을 대표단장으로 모두 15명이 모였다. 대표단의 구성을 보니 한국 측은 중국경험이 많고 중국어 소통이 가능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다수인 데 반해, 중국 측은 여성이 60% 정도였고 한국 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낮았다. 필자가 세션중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이 젊은이들은 모든 발언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28일 오전부터 29일 오전까지 총 4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이를 간략히 정리해 보면, 우선 외교·안보분야의 주제로 한반도 정세에 관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 포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시각을 ‘연미통연중(聯美通聯中)’에서 ‘연미연중(聯美聯中)’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위샤오화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태안보협력연구부 주임은 6자회담이나 북한-중국 관계 등 현안에 대한 원론적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외교안보분야에 대해서는 한중 양측 모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필자와 신낙균 의원은 “중국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왜 핵 포기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느냐”는 요지의 질문과 주장을 했다. 국내의 대다수 언론 역시 6자회담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답변에 나선 수명의 중국 측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중국은 이웃 나라와 평화관계를 중시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좀 허탈한 기분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계명대학교의 조수성 교수는 “중국인들은 한중 수교 초창기에만 해도 한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려 했는데, 이제 중국이 G2의 강국 반열에 들어가면서 한국을 서서히 내려 보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한국이 북핵문제 등에서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한다”고 지적했다.
함께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 긴밀한 교류
다음으로 비전통 안보분야의 주제로서 ‘자연재해 대처 및 원자력 발전을 위한 한중협력’에 관한 발제가 있었다. 한국 측에서는 이진호 한국원자력 안전기술원 국제협력총괄팀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분석하면서 한중 양국이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발생 시 취할 공조체제에 관해 논의했다. 사실 중국의 동쪽(황해에 면한 지역)에는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이들 발전소에서 만일 사고가 난다면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인 만큼 사고에 대비해 긴밀한 연락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3세션은 사회문화분야로서 ‘아시아적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를 다뤘다. 서울대 문우식 교수는 유럽국가들이 공통 학위과정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처럼 한중일 3개국도 ‘캠퍼스 아시아(Campus Asia)’라는 이름 아래 2중·공동 학위과정을 운영해 보자면서 구체적인 연간 교류학생 수까지 제안했다. 중국 측의 삐슈민 북경작가협회 부주석은 동서양 여러 대학의 교훈을 풀어가며 설명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존재를 여러 해 전부터 알고 있는 필자는 한중일 3국이 정책적으로 대학원생 이상급의 유학생 교류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고도 유럽은 통합의 길로 순조롭게 나아가는 데 비해 동아시아의 한중일은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로 인해 수시로 파열음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이런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마지막 세션이었던 경제분야에서는 한중 양국의 경제 및 금융협력을 주제로 중앙일보의 중국연구소 부소장 한우덕 박사가 발제했다. 한 박사는 서로 상대국에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지만 아직 상대방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는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 박사가 한국과 중국의 자본교류를 ‘늑대와의 춤’이라고 비유하자 중국 측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 한 박사는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서 매끄럽게 뒷마무리를 했다. 또한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쉬창원(徐長文) 연구원은 양국의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한중 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로의 흐름을 읽으며 발견한 새로운 사실
필자는 한중 미래포럼이 굳이 특정 현안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는 없다는 양측 참가자들의 견해에 동의한다. 서로 상대국의 흐름을 읽고 이해를 심화하는 것만으로도 포럼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구동존이(求同存異)라고 했던가? 영어로 하자면, Agree to disagree? 그러고 보니 이번 포럼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 늑대와의 춤, 대표단의 남녀성비 및 연령대의 3개 요소에서 차이가 느껴졌고, 나머지 다른 안건에서는 양측이 상당한 정도로 의견이 접근됐다고 기억된다.
여기에 필자의 발견을 하나 추가하려 한다. 필자는 고호영 전 신화통신 지사장을 만나 한국어로 얘기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전문 기자를 정책적으로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에 대해 그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신화통신의 경우 한 사람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특파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명료한 답을 주었다. 필자의 예상을 깨는 답이었다. 이 정도면 ‘구동존이’를 넘어 중국인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필자가 중국어를 더 잘하거나, 중국인들이 영어나 한국어를 잘해서 통역 없이도 필자와 더 많은 얘기를 사적으로 나눌 수 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설원태 경향신문 편집국 편집위원(온라인 영문뉴스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