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기획한 <노르딕데이- 일상 속의 북유럽 디자인>은 북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공예가, 현대미술 작가가 모여 ‛작품’이 아닌 북유럽의 ‘일상’을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일러스트레이터 마야 스텐 또한 북유럽 소설과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통해 일상 속의 북유럽 디자인을 선보였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녀를 만났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3월 19일부터 5월 5일까지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노르딕데이- 일상 속의 북유럽 디자인> 전시를 개최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현대미술가, 공예가 등 1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작품보다 일상에 접근한다.
‘주거공간’, ‘자연환경’, ‘공공 영역’, 그리고 그곳을 채운 ‘자료’의 4가지 영역으로 나눠 구성한 전시는 유기적으로 연결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보고 발견하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주거공간의 재현을 통해 본 가구와 조명은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좋은 단서다. 책상, 의자, 책장, 탁자 등 덴마크 가구는 다리나 상판이 두껍지 않고 늘씬한데 이는 주거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북유럽 가정의 현실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해가 짧아 집에 있는 시간이 긴 그들은 조명으로 형광등이 아닌 자연광에 가까운 백열등을 선택한다. 은은한 조명을 여러 개 사용하되 천장에 매달린 조명은 최대한 탁자에 가깝게 끌어 내려 독서 등의 실생활에는 불편함이 없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북유럽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절제된 디자인의 가구와 멋스러운 생활 소품을 나열한 전시에서 나아가 일상 속에 스며있는 문화를 통합적인 시각예술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띤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홍보라 큐레이터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닌,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문화라는 것을 이번 전시회에서 강조하고 싶었다. 제품 자체를 볼 것이 아니라 생활 안에 녹아든 북유럽인의 문화를 보는 것이 의미”라고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 또한 자연과 환경이라는 주제에 작가들이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주려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시각예술의 확장을 꾀한 마야 스텐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 마야 스텐은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전업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다. 화려하고 풍부한 디테일로 광고, 잡지, 신문, 벽지, 포장, 문자도안과 패턴 디자인을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도 바이킹 전통 문양의 암호와 패턴을 응용해 도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벽지 디자인과 다양한 선을 쌓은 올빼미 등 동물을 재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야 스텐은 자신의 작품은 기법과 기능을 강조하는 스웨덴 방식과 영국 유학에서 접한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결합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작품은 하나의 필터를 통해 사물을 수집하는 과정이자 결과”라며 작품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고 소재를 구한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것들의 근원과 시간, 캐릭터에 대해 마치 탐정처럼 기억을 더듬어 세계를 바라보는 필터를 만들어 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판화에서처럼 여러 개의 선을 쌓아 형태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동물은 자신의 에고”라는 표현처럼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모습이 동물로 재현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시에서 많은 눈길을 끈 작품 ‘올빼미’는 그의 대표작으로 여기에서 올빼미는 자신의 성향과 생각의 반영이라는 것. 또한 북유럽 고전 소설이나 동화에서도 많은 모티브를 얻는데 그러한 방식은 주로 예술적 성향이 강한 벽지에 응용되어 화려한 디테일과 풍부한 상징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 외 주얼리 콜라보레이션 작업, 동화책 등 마야 스텐은 앞으로도 북유럽의 일상과 문화 코드를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양인실 사진. 박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