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재단 정기문화강좌의 올해 주제는 ‘르네상스 이야기’이다. 다양한 외국문화를 소개하는 교류재단 정기문화강좌에서 그간 ‘이슬람 문화’, ‘실크로드’ 등 공간을 테마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인류문명사에 큰 획을 그은 ‘시간’을 테마로 한 점이 주목된다. 르네상스는 유럽에서 신이 중심이 됐던 중세에 마침표를 찍고 인간을 역사의 주체로 등장시켜 근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역사적 흐름이다. 5월 19일 ‘르네상스란 무엇인가’로 테이프를 끊은 장문석(43) 영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강의에 앞서 만나봤다.
어떻게 ‘르네상스 이야기’의 첫 강의를 맡게 됐는가?
지난해 8월 그간 써 놓았던 원고를 손봐 ‘근대정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민음인)란 책을 냈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던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살펴보고 자유롭고 다양한 사상과 학문의 발전을 살피는 내용이었는데 이걸 보고 재단 측에서 연락이 왔다. 르네상스의 역사적 의의와 그 전개를 살피는데 마침 그 책이 맞았던 모양이다.
원래 르네상스 역사를 전공했는지?
그렇진 않다. 이탈리아의 토리노 대학에서 공부하기도 했고, 요즘도 일 년에 한두번을 자료 수집차 가긴 하지만 원래는 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분야별로는 기업사 내지 경제사를 전공했다. 2005년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도 ‘이탈리아에서의 대기업과 국가-피아트의 경우’였으니까. 그런데 민족주의나 파시즘 등 지성사나 사상사로 관심 분야가 넓어지면서 자연히 르네상스를 공부하게 됐다. 학문적 외도라고 해두자(웃음).
국내에서 르네상스사 연구 현황은 어떤가?
문학이나 예술, 건축 분야에서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도 있지만 역사를 전공한 연구자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워낙 사료 입수 등 연구 풍토가 척박한 탓이 크지만 그 결과 국내 연구 성과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학회도 따로 없다.
그렇다면 오늘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 르네상스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르네상스의 본질은 휴머니즘이다. 인본주의라 할까. 현대 사회는 뉴미디어나 스마트 폰 등 첨단기기의 발달로 웃고 즐길거리는 늘었지만 ‘문화적 허기’는 여전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서양사에서 세련되고 우아한 문화를 꽃피웠던 시기를 안다는 것은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번 강좌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도 이색 풍물이나 경치에 대해서는 많이들 친숙해졌지만 외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서양의 고급문화에 관심이 큰 일반인들에게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번 강좌가 학술적이지는 않지만 이 정도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강좌를 할 기회가 많은가?
생각보다 그런 기회가 여럿 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18일에도 대구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르네상스와 관련한 강의를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학계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론을 이야기하지만 문학을 비롯한 인문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수요는 늘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장 교수의 이런 진단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이번 강좌의 수강인원은 70명인데 신청자가 몰려 90명으로 늘었단다. 게다가 정식 수강생 말고도 강의 당일 참석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재단 실무자의 귀띔이었다.
강의 내용을 살짝 소개한다면?
강의를 듣고 나면 르네상스를 보는 전체적인 안목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어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왜 이탈리아에서 문화운동이 생겨났는지를 도시국가와 상업, 시민사회의 발달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의 특징을 소개한 뒤 휴머니스트들의 인본주의 사상을 정리할 생각이다.
끝으로 르네상스와 관련된 좋은 책을 추천한다면?
아무래도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한길사)를 추천하고 싶네요. 문화사 쓰기의 전범이라 할 만큼 학계 평가도 좋고 정리도 잘 되어 있으니까요.
장 교수는 일찌감치 역사 공부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할 때 국사, 동양사, 서양사를 놓고 잠시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의 나침반 혹은 거울이 되어줄 선진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게 좋겠다 싶어 서양사를 전공하게 됐다고. 국내에서 서양사를 전공하는 데 따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전공인 경제사 외에도 문화사 분야도 연구하고 싶다고 말한다.
르네상스 전체를 조감하는 장 교수의 강의를 시작으로 ‘북구 르네상스의 미술’, ‘르네상스 음악’까지 9개 주제를 아우르는 이번 문화강좌는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의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세미나실에서 7월 10일까지 매주 진행된다. 서양문화의 정신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