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경제성장과 K-pop을 비롯한 한류 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을 한국전쟁으로만 기억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재를 제대로 알리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7월 16일부터 28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이 주관한 ‘2012년 대양주 사회과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에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중고교 역사• 사회과 교사와 교육행정가 19명이 참석하여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중 한 명인 뉴질랜드 바든(Vardon)스쿨의 교장, 마커스 프렉을 만났다.
워크숍에 참여한 이유는?
우리 학교가 있는 해밀턴시는 한국계를 비롯해 26개 민족이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각국의 고유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 참여했다.
바든 스쿨은 어떤 학교인가?
초등학교로 학생이 321명, 교사가 보조교사를 포함해 20여 명이 있다. 학생들은 5~11살로 졸업하면 2년 과정의 중등과정에 진학한다. 나는1993년부터 교단에 섰고, 2008년부터 바든 스쿨의 교장을 맡고 있다
사회과 수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 관해 공부하게 되면 학생들이 관련 책을 돌려 읽고 그룹별로 관심이 있는 분야, 예를 들면 음식, 문화 등을 조사해 오도록 해 이를 발표하게 하는 통합수업을 한다. 물론 이런 수업에선 한국 학생들이 리더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 들었는데 한국에 대한 느낌이 어떤가?
울산에서 본 활발한 경제활동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역사의 힘이 느껴졌다. 뉴질랜드에선 160년 된 건물도 역사적 자랑거리인데 경주에서 700~800년 된 사원을 보니 몇 천 년의 문화적 깊이가 와 닿았다. 또 하나,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을 때 남북한 군인들이 총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한 번도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뉴질랜드와 비교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전통과 역동적인 현재가 어우러진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유익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수업에 이용할 교육 자료를 구할 수 있었나?
따로 구입하거나 한 것은 없다. 단지 「춘향전」을 알게 됐는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들에게 이 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이번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각자 수백 장씩 사진을 찍었는데 이를 교환해 수업자료로 활용할 생각이다.
한국의 역사나 발전상이 외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다. 뉴질랜드에서도 아직 한국의 실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긍정적인 내용을 꾸준히 알릴 필요가 있다. 이번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K-pop 같은 한류문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내 나이(45)를 감안해 달라.(웃음) 뉴질랜드는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어 K-pop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한국에 와서 열흘 전 처음 접했는데 굉장히 모던한, 신세대를 위한 음악이라는 느낌이었다. 11살, 8살인 두 딸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하다.
그는 학생들의 산교육을 위해 지난해에도 이번 워크숍을 신청했었다고 한다. 워크숍 참가자는 아시아 뉴질랜드 재단에서 활용계획서 등을 받아 선정하는데 대기인 명단을 둘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올해는 빨리 신청해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2주간의 ‘방학’을 이국에서 보낸 그의 열의가 바든스쿨의 학생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