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KF 박물관과 KF 싱크탱크 인턴십 1기로 지난해 미국에 다녀온 이해원(32•NHN) 씨와 김유리(34•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씨는 모두 “너무 너무 좋았다. 배운 것도 많고. 기간이 짧은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8월 28일 서울시 중구 수하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만난 자리에서였다.
‘KF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지원 동기는?
(김)국제정치를 전공하는데 석사 논문주제가 중국과 북한의 정책결정이었다. 박사논문도 비슷한 주제인데 관련 자료가 부족해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우드로 윌슨센터 인턴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대학원 홈페이지에서 봤다. 윌슨 센터는 이른바 보수나 진보의 색깔이 옅은 학술적 싱크탱크로 동구권 자료를 비롯한 희귀 외교문서를 풍부하게 소장한 것으로 이름난 곳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이)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자료 관리팀에서 일하면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문화행사에 관심이 있어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었는데 거기서 구겐하임 인턴 모집 소식을 봤다. 미술관에서도 큐레이터 말고 아카이브 구축에 관한 수요가 늘 것이라 생각했기에 새로운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경험이나 지식을 쌓을 기회가 적어 아쉽던 차에 KF 글로벌 인턴십이 세계적 미술관에 가서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마지막 기회란 절박한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뽑히고 나서 미국에 갈 때도 흔쾌히 직장을 그만뒀을 정도였다.
가서는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이)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협력이 잘 된 덕인지 현지에서 희망부서 3곳을 받아 ‘기록물관리실’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중국, 일본, 한국의 근 현대 미술사 자료를 분류, 정리하는 곳이었는데 단순한 업무보조가 아니라 실무인턴 성격이었다. 한자나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아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김)마찬가지다. ‘주니어 스칼라’란 지위여서 자기 책상에서 내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북한 국제외교문서 프로젝트’에 근무하면서 마음대로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 자료를 원 없이 봤다. 또 다른 학자들의 북한관련 논문에서 영어 표기가 잘못된 인명이나 연대 등을 바로잡아 주는 프루프 리딩을 하기도 했다.
근무 여건은 어땠나?
(김)아주 자유로웠다. 처음엔 다른 세미나에 갈 때 한국 관행에 따라 수퍼바이저에게 미리 일일이 보고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출퇴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자율이어서 본인의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미국학생들을 포함해 40여 명의 인턴이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 온 인턴들은 우리처럼 스폰서십이 있는 경우가 없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을 받아 온 나를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인턴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이)큐레이터들이 자료실을 충분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20세기 초 유명작가들의 작품집, 작가 사인 등 흥미진진한 자료가 많기도 하지만 거기 큐레이터들은 좋은 기획전을 위해 자료실에 요청도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미술계와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김)아무래도 개방적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소장이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있거나 다른 학자들과 나란히 앉아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우리 학계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아, 그런 건 구겐하임미술관도 같았다. 전체 스텝회의에서 관장이 재정 상태까지 포함해 미술관의 현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곤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월 2,000달러의 재정지원을 해주는데 생활은 어땠나?
(이• 김)주거비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니 어디에 숙소를 구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생활을 가능하다. 다른 미술관이나 싱크탱크에서 하는 워크숍, 세미나 등에 참석하려면 아무래도 등록비나 교통비, 숙식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 한 달에 1,000달러 정도 자기 돈이 들어간 것 같다.
글로벌 인턴십 지망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영어실력은 기본이다. 그리고, 우드로 윌슨센터에 가려는 이들은 자기가 뭘 공부하고 싶은지 분명히 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자료나 워크숍 등이 너무 많아 자칫하면 압도될 수 있으니 관심분야를 좁히는 게 좋다. 내 경우는 귀국할 때쯤에야 감이 잡혀 아쉬움이 남는다.
(이)서류 준비할 때 어떤 분야에서 뭘 배울지를 담는 연구계획서에서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미술관 일이라 해서 꼭 큐레이터만 있는 것은 아니니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근무하게 되면 시키는 일만 해서는 얻는 것이 적다. 윗사람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김유리씨는 앞으로 미국의 북한연구자들과 한국의 북한연구자들 간에 교량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직장을 옮긴 이해원씨는 근 현대 미술사에 관한 아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열정 있는 큐레이터들은 물론 연구자들까지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자료 축적을 하겠다고 했는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이 이들에게 꿈의 자양분이자 디딤돌이 된 것으로 보였다.
김성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