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로랑소베, 현재 프랑스 파리의 국립예술공예원 심리학 박사 과정생이다. 내 박사 논문 주제는 프랑스, 한국, 미국의 대학생 경력개발에 관한 문화비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방한연구 펠로십으로 한국에서 연구를 할 기회를 얻었고, 이번 에세이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해 겪은 나의 경험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학부에서 처음 접한 한국문화
한국을 찾은 기간 동안, 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국어를 배웠는지 같은 질문들을 지겹도록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함으로써 소개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시절, 나는 심리학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유인즉, 심리학과 한국학간 특별한 연결점을 찾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에 대해 싹트던 호기심 때문에, 나는 한국 관련 수업에 등록하고 한국에 대해 좀더 배워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는 태권도 외에는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이 거의 없었고, 한국문화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도 못했다. 한국어, 한국문화 수업은 노인에 대한 공경, 친족, 기업문화, 음식문화, 식사예절 등 한국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도록 실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 동안 내가 다니던 대학과 제주대학교 사이에 매년 진행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담당 교수님은 한국인 교환학생들을 맞이할 자원봉사자들을 찾고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외국 학생을 만나고 누군가와 영어로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나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로랑이고 프랑스인입니다!”라는 말만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친절했고 프랑스에 와서 매우 즐거워했다.
제주대학교에서의 여름
나는 2009년, 처음으로 한국에 갈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제주대학교에서 여름 계절학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 곳에서 지난 해, 프랑스에서 만났던 한국인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프로그램 일정은 오전에는 언어 수업, 오후와 주말에는 문화 활동으로 이루어져 매우 빡빡했고, 또 저녁에는 모임과 파티로 밤 문화를 즐기기도 했다.
겨우 2주짜리 프로그램이기는 했지만, 재래시장, 국립미술관, 절, 해녀박물관, 학교, 전통의복에 관한 박물관, 해변, 시청, 심지어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까지 여러 곳에 가보았다. 그 해 여름 학기가 끝나고, 나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 가 일주일을 더 머물며 서울의 유명한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당시 서울이라는 도시에 얼마나 놀랐는지 새삼 기억 난다. 건물이라는 건물은 모두 커다랗고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했으며, 서울에서의 삶은 24시간 내내 여는 온갖 시장들로 끝이 없는 듯했다.
여행이 끝나고 친구들은 프랑스로 돌아갔지만, 나는 한 달을 더 머물며 서울대학교에서 인턴을 했고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 공부했다. 비록 많은 논문과 책을 읽어야 했지만 인턴십은 매우 재밌었고, 또한 동시에 같은 연구실 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논문을 쓰는지를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학생들이 연구에 얼마나 매진하는지, 그리고 교수와의 관계가 심지어 학생들의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데 결정적일 정도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정말 놀랐다.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내 머리 속은 그 해 여름 겪었던 모든 경험이 남겨준 선물들로 가득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가능하면 빨리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날만을 고대했다.
각종 사회적 행사 참여와 체험의 시간
석사와 박사 연구를 하러 한국을 몇 차례 더 찾은 후, 한국 문화의 많은 측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갈수록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아마 그래서 내가 심리학을 좋아하는 것이리라!) 한국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회적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내 욕구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그러한 것이 한국문화에 대한 내 새로운 접근방식이었던 것이고,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작년, 한 달 동안에만 박사 연구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한 행사 수를 세어보니 자그마치 40개 가량이나 되었다. 그 중에는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돌보거나,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을 보살피거나, 혹은 양로원에서 어르신들과 말동무해드리는 등 자원봉사 활동도 있었고, 또 마라톤, 회의, 페스티벌, 전시 같은 여러 행사에도 참여했다. 심지어 김치공장 견학 체험도 있었다. 결국, 박사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때로는 다양한 문화 활동과 사회적 행사에 참여하려고 애쓰며 한국문화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쉼 없이 해나가고 있다. 여러 다른 경험을 한 덕분에, 나는 어떤 문화에 접근하고 즐기는 데에는 무수한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한국은 외국인도 문화 유산을 함께 즐기도록 열려있는 나라다.
로랑 소베 (Laurent Sovet)
프랑스 파리 국립예술공예원 심리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