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창립 21주년 기념 송년음악회가 열렸다. 홀과 로비에 가득 찼던 청중들로 인해 한 해를 보내는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송년음악회는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린 연주자들의 뜻 깊은 무대로 꾸며졌다.
한 해에 대한 위로와 만남을 선사한 음악회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연일에는 다양한 공연을 찾게 된다. 그 중 뛰어난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연주곡을 듣는 것이야말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창립 21주년 기념 송년음악회는 추운 겨울, 떠나는 한 해를 보내며 서운함을 느낄 청중들에게 위로와 함께 새로운 만남을 선사하기 위해 심사 숙고한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기존에도 KF 송년음악회에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며 우리나라 위상을 세계에 알려온 연주자들의 무대로 꾸미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를 알고 있기에. 음악회에 참여한 음악가들 또한 ‘예술을 통한 대한민국의 이미지 제고’ 라는 재단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며 재단이 주최하거나, 지원한 여러 문화사업에 동참해오고 있다. 그 중 21주년 기념 송년음악회의 주인공은 정상급 현악주자들과 차세대 관악주자에게 돌아갔다. 현악주자들은 박상연 감독이 이끄는 국내 정상급 연주단체인 화음챔버오케스트라로 지난 여름, 재단이 해외한국문화소개사업의 일환으로 주최한 유럽6개국 순회공연을 통해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렵 현지 관객과 언론의 극찬을 받은 단체이며, 송년음악회에 화려한 독주자로 선택된 김한 군은 재단이 지원한 <서울국제음악제>에 최연소 아티스트로 참가하여 인연을 맺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연주자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익살스럽고, 때로는 화려한 연주곡
첫무대의 막이 오르며, 화음챔버오케스트라가 첫 번째로 연주한 곳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8중주를 위한 두 개의 작품 op.11" 이었다. 송년이라는 들뜬 분위기에 돌진하는 스케르초(scherzo)의 리듬과 거친 멜로디가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김한은 첫 곡으로 기암피에리의 ‘베니스의 카니발’ 과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건용의 ’저녁노래’ 를 선곡하였다 이건용의 '저녁노래’ 는 '경토리’ 라는 경기도 민요의 평조 가락들을 클라리넷 연주를 위해 옮겨놓은 만큼, 한국가락의 자유로운 높낮이를 오르내리는 연주로 어린 연주자에게는 큰 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한 군은 섬세한 표정을 통해 훌룡하게 소화해냈다. 이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라는 나라와 지역 색이 그대로 나타나는 코박스의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페이드만을 위하여’ 가 이색적이고, 아름답게 연주되었으며, 1부의 마지막 곡 슈라이너의 '점점 작아지는' 에서는 자꾸만 짧아지는 클라리넷을 보면서 김한 군은 연주자의 익살스러움을 보여주며 청중들에게 클래식 음악회 중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였다.
아름답고, 익살스럽고, 때로는 화려한 연주곡
2부는 유명한 그리그의 "훔베르그 모음곡 0p.40" 이 화음챔버오케스트라단에 의해 연주되면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한 곡에 여러 작곡가들의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까다로운 곡이라 일려져 있는데도 화음챔버오케스트라단의 뛰어난 곡 해석력과 실력은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다음으로 이번 송년음악회를 위해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김한이 함께 준비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콘체르토 A장조 K.622, 2악장" 은 현악기와 관악기의 조화가 뛰어난 곡이자,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량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기대에 부응하는 듯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오래 전에 만난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들었던 클라리넷의 아름다운 선율에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보냈다.
올해 송년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화음챔버오케스트라가 2012년 유럽투어를 위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브라이언 수츠에게 위축한 곡으로, 유렵 6개국(덴마크, 포르투갈, 벨기에, 제네바, 세르비아, 아일랜드)의 민요를 모아놓은 곡인 만큼 한 해를 짧게나마 '투어’ 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였다. 또 화음챔버오케스트라단은 음악회가 끝나고도 그치지 않는 박수소리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며 아름다운 캐를곡으로 청중들의 갈채에 화답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차분한 한 해의 마무리와 회망찬 새 해의 출발을 기약하며 국제교류재단 창립 21주년 기념 송년음악회는 관객들의 힘찬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최경숙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