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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예술과 문화, 그 끝없는 발견의 과정

한국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재확인시켜준 해외박물관 큐레이터워크숍의 감흥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8년째 개최하고 있는 해외박물관 큐레이터워크숍에 참가한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기에 그 기회가 내게 온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워크숍처럼 ‘발견의 과정’에 참여하는 데에 ‘늦었다’는 말 같은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국미술 학예관의 열띤 참여

2006년 워크숍에는 전 세계(한국,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멕시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그리스, 러시아) 박물관에서 29명이 초청되었으며, 그 중 11명은 신규 참가자였다. 이는 두 가지 고무적인 현상을 시사하는 듯 했다. 첫째, 한국 프로젝트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의 한국미술 학예관의 등장이며, 둘째, 이 분야를 국제적으로 확장시키는 데 힘을 합치도록 신구 참가자들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두 가지 모두 해외에서 한국미술연구를 진흥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재정립하려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목표를 뒷받침해주는 것들이다.

또한 다른 박물관과 기관에서 온 동료들 중 일부는 수년간 워크숍의 수혜자가 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으며, 그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잘 보여주었다. 워크숍에 자주 참가함으로써 해외에서의 학예 업무, 특히 미술의 해석, 전시실 설치, 연구, 전시 등에서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 역시 분명해 보였다.



▲ 큐레이터워크숍에서는 강의 외에도 여러 박물관 및 문화기관 방성으로 구성된 답사 일정이 있었다.


문화의 상호관계과 특성의 이해

사실 한국미술 큐레이터(학예관)가 반드시 한국미술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그들 중 많은 이들(필자를 포함하여)이 중국이나 일본미술 전문가로, 개인적인 관심과 기관 차원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학문적 탐구 영역을 넓혀 한국미술사를 연구하고 있다.

물론 우리들에게는 풍요로운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표현한다는 것이 도전적인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중국, 일본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으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한국의 전통과 예술적 감수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잘 이해하고 있다.

워크숍에서 제공한 일련의 강의와 답사는 물론 한국 여행 경험 및 한국인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한국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케 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혀주었음은 물론 다른 분야를 탐구하려는 학문적 관심까지 넓혀 주었다. 이는 문화의 상호관계와 특성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부억살림박물관에서 워크숍 참가자들은 한국의 일상 생활에 대한 전통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문화 내부담론의 이해와 정서의 포용

2006년 워크숍은 한국민속을 중심으로 전통관습, 신앙, 생활양식, 의례 등을 다루었다. 아울러, 의식 행위, 유형의 물건, 독특한 문화적 상징은 물론 살아있는 전통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구체적인 강의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한국 민속의 이해’(최래옥 교수), ‘한국 민속 자료: 분류와 관리 체계’(최종호 교수), ‘한복의 구성과 특징’(박성실 교수), ‘한국의 민속극과 민속연희’(전경욱 교수), ‘세시풍속의 현대적 계승’(김명자 교수), ‘한국의 민속신앙과 무속’(양종승 학예관), ‘한국인의 통과의례’(정종수 관장). 이 강연들의 특장점은 그것이 한국 문화에 대한 내부 담론을 대표하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강사들은 한국의 과거로부터 특정한 문화적 신앙과 관습을 살려내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문화적 차원의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이는 한국인들이 자신의 유산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들 고유의 문화 정의 방식의 핵심을 짚어주어 유익했다. 역사 및 현장 자료의 적절한 활용과 활기찬 설명을 곁들인 강연은 유익하고 재미있었고 통역을 담당한 조혜영 선생님의 핵심 사상과 정서에 대한 간결하고 훌륭한 통역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 강의 외에도 서울 및 지방에 있는 여러 박물관 및 문화기관 방문으로 구성된 집중적인 답사 일정이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 정영양자수박물관, 짚풀생활사박물관, 쇳대박물관, 양주별산대놀이 공연, 떡박물관, 부엌살림박물관, 최영장군 사당, 온양민속박물관, 외암리 민속마을 등을 방문했는데 이들 기관은 전시 및 문화행사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신앙과 가치에 관한 정체성과 공동체 개념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우리는 외국 박물관에 보존된 한국 유물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에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과거의 문화적 유물을 검토하는 데에는 그것의 역사적 맥락을 만들어내는 일 이외에도 과거로부터 내려온 것이 현재(최소한 문화유산에 대한 현재의 담론 속의 한국인들)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나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 미술 연구의 국제적 발전

아울러 2006 워크숍에는 두 가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나는 학예관들이 소속 박물관의 한국실 혹은 한국 관련 사업에 대해 발표한 시간이었고, 또 하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개관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한국미술 전시와 연구)이었다. 두 가지 행사 모두 국제적 차원에서 한국미술의 연구와 전시의 현황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워크숍 참가자들의 다양한 발표를 통해 우리는 전 세계 박물관의 서로 다른 컬렉션의 역사와 전시 전략, 전시 프로그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었다.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한국 및 해외의 한국미술 연구와 전시에 관한 전반적인 개요와 집중적인 분석을 제공했다.

이러한 토론으로 우리는 한국미술 연구를 국제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이것은 각 기관의 다양한 전략과 자원, 정보의 공유, 높은 수준의 전시 개최와 한국미술 연구 진흥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워크숍은 각양각색의 박물관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제적인 학예관들을 한 자리에 끌어 모음으로써 네트워크 형성은 물론 우정을 쌓고 생각을 교환하며 협조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제공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주관 기관으로서 워크숍이 종료된 이후에도 오래도록 지속될 국제교류 진흥의 자리를 만든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한국미술 학예관들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연례 워크숍의 그 폭넓은 효과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확실한 지지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해외박물관큐레이터워크숍은 국제적으로 한국미술연구를 진흥시키는 데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워크숍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참가자들에게 뜻깊은 친절을 베풀어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직원들에게 감사 드린다.




아니타 정|Anita Chung, PhD 
클리블랜드미술관 부학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