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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워·크·숍

재단은 지난 6월 3일부터 30일까지 국립국악원과 함께 7개국 15명의 해외 음악학자들을 대상으로 국악워크숍을 개최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음악이 해외에 소개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음악을 전공하거나 강의하고 있는 학자도 소수에 불과하며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한국음악강좌 역시 빈약한 상태이다. 과거에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악강좌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통악기 강습 위주의 단기강좌로 운영되어 한국음악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 워크숍은 한국음악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국악에 대한 영문으로 된 논문집을 미리 제공하여 기본지식을 사전에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워크숍 기간 중에는 이론 강의와 악기실습 그리고 공연관람 등을 병행하여 종합적인 국악이해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국립국악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또한, 이번 워크숍 참가자는 모두 해외 대학에서 민족음악학(ethnomusicology)을 가르치거나 전공하고 있는 교수 및 박사과정생들로 한정하였다. 여기에는 이번 워크숍이 단순히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악을 소개한다는 차원보다는 해외에서 한국음악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지고, 또 한국음악을 가르치는 강좌가 확대되기를 바라는 기획의도가 담겨있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는 워크숍 참가자들이 장차 자국에서 한국음악을 가르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총 58곡을 담은 국악 CD 4장을 별도로 제작하여 제공하기도 하였다.

매일 오전에 3시간씩 진행된 이론강좌에는 이번 워크숍의 코디네이터로 참가한 하와이대 이병원 교수의 강의를 비롯하여, 국립국악원 윤미용 원장, 한양대 권오성 교수, 국립국악원 김천흥, 성경린 두 원로사범, 원광대 남상숙 교수, 서울대 황준연 교수, 오하이오주립대 박찬응 교수 등 국내외 학자들이 우리 국악에 대해 강의하였다. 오후에는 장구, 단소, 가야금 등의 악기를 직접 다루어 보고 탈춤 및 판소리를 배우는 실습시간을 가졌으며, 야간에는 “슬기둥”과 “푸리” 등 현대화된 국악 공연과 더불어 국립국악원 상설공연을 관람하면서 한국음악의 다양성을 맛보는 기회도 가졌다.

주말에는 종묘국립민속박물관 등과 같은 사적답사와 국제가면극축제, 강릉 단오제 그리고 봉원사 영산재 등 여러 종류의 공연예술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축제중의 하나인 강릉 단오제는 산신제, 농악, 판소리, 가면극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보고 들으면서 오늘날까지 살아 숨쉬고 있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세계 여러 나라의 아시아음악 전문가들이 한국음악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며, 앞으로 계속해서 배우고 연구하여 가르치겠다는 동기를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외국의 대학에서 당장 한국음악의 독립강좌가 신설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음악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도 늘면 자연스럽게 국악강좌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술, 도예, 건축 등 유형의 한국문화는 비교적 해외에 많이 알려져 있으나, ‘소리’를 통한 한국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이 그리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국악워크숍이 갖는 특별한 의의와 성과를 발견하게 된다.




국악의 풍성함과 깊이 체험



R. Anderson Sutton 미국 위스콘신대 민족음악과 교수 (rasutton@facstaff.wisc.edu)


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국립국악원과 함께 2001년 6월 3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한 국악워크숍에 초청 받은 15명의 음악학자 중 한 사람으로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국악을 들어왔지만 국악의 역사나 이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개인적으로는 산조와 가야금 연주를 비롯하여 경쾌하고도 강약 있는 장구의 리듬을 오랫동안 즐겨왔지만 해금과 피리연주는 좀 어려웠다. 아악과 여타 궁중 음악도 매우 좋았지만 20년 넘게 들어온 인도네시아 자바의 가멜란(gamelan) 음악과 같은 다른 아시아음악보다는 어렵게 느껴졌다.

장구를 연습중인 필자 (사진 중앙).

또한 이번 워크숍은 한 음을 길게 뽑아 내거나 음을 꺾어 음색을 바꾸는 창법을 들으며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 지에 대해 깨닫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아울러 국악의 호흡법과 한국의 미세한 리듬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이를 토대로 영산회상과 같은 매우 느린 가락에서부터 빠르게 끝나는 산조에 이르기까지 국악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민족음악학 교수로서 나는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들이 새로운 음악이나 이국적인 음악을 들어보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음악의 의미와 기능을 사회적인 배경 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워크숍의 강의와 공연은 국악이 형성된 사회적인 분위기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릉 단오제와 봉원사 영산재는 앞으로 나의 강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되는데, 무당의 힘있는 노래와 심금을 울리는 리듬, 승려의 소리와 북의 울림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국악은 물론 국악의 풍성한 문화와 역사를 심도 있게 체험한 한 달이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국립국악원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