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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의 숨결을 따라 떠난 여행

여행은 5월 24일 시작되었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두 대의 안락한 버스가 한국국제교류재단 사무실이 있는 외교센터 건물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여행일정대로 영남지방이라고 알려진 한반도의 동남쪽으로 향했다. 영남지방은 역사적 명소가 아주 많은 곳으로, 경상도에서는 한국 역사상 여러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다.

1995년부터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 온 나로서는 생 페테르부르그 대학에서 교수님들의 강좌에서 들었던 옛 문화의 유적을 내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도산서원이었다. (나는 가끔 도산서원을 ‘천원서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유학의 전당이 천원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조선의 시대적 분위기, 정치체제, 관료 등에 관해 배웠던 모든 것들이 생각났다.

도산서원에서.

우리는 3일간의 여행기간 동안 한국의 문화와 관련된 많은 곳을 방문했는데, 지면 관계상 우리가 본 것을 모두 자세하게 쓰지는 못하고 내가 한국역사 특유의 분위기를 느꼈던 한 곳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여행 둘째 날 우리는 양동민속마을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조선시대 유명한 유학자 이언적 선생의 생가를 가보게 되었다. 양동민속마을 방문은 우리들로 하여금 과거에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곳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설명해 준 사람은 이언적 선생의 후손이었는 데, 그는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가문의 역사와 일제시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설명 해 주었다. 후세들을 위해 조상의 문화를 보전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깨달은 그의 애국심 가득찬 말을 들으며 나는 이 나라에 대해 깊은 존경심이 우러나는 것을 느꼈다. 그와 같은 애국자들이 있는 나라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행복과 번영을 누리게 되리라고 믿는다.

앞에서 이미 말했듯이 우리들은 이번 여행에서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 봐야 하는 흥미있는 곳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며, 수많은 책과 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전반적인 역사정보도 얻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책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이번 여행이 모든 재단 펠로들에게 서울이외의 지역을 방문하고, 시골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국제수준과 일치하는 산업화된 대도시에서는 결코 한 나라의 진정한 문화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농부들이 아직도 소를 몰아 땅을 갈고, 공기는 깨끗하며, 매연없는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볼 수 있는 조그맣고 외딴 지역, 바로 그런 곳에서 문화의 진정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시골여행은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보고, 그 곳에서 나는 냄새에 익숙해질 수 있으며, 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도 엿볼 수 있는, 즉 전통적인 생활상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특성을 지닌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고 싶다.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이 서로 크게 다른 여러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우리는 많을 것을 발견하게 된다. 흔히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 듣게 되는 질문은 한국의 첫 인상에 대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한국의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 속에서 어떻게 적응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외국의 문화에 더욱 친숙해 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과 비교할 수도 있고, 자기 나라와 자기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여러 나라의 사고방식과 비교해 보려 할 때 자동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깊은 인상과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때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번 여행 을 포함하여 한국방문을 통해 나는 한국과 그 언어, 문화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고, 내 영혼 깊숙한 곳을 들여다 봄으로써 나 자신이 비록 작지만 이 드넓은 세계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1. 7. 24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