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개최된 광복70년 기념 세계한국학대회는 학계 전반에 걸친 한국학 진흥에 다방면으로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번 대회는 초청된 한국학자들(15개국 교수 36인)은 물론 한국국제교류재단(이하 KF)에게도 시의적절한 기회였다. 2011년에 개최된 이전 대회 이후 4년간의 괄목할만한 성취와 더불어, 20년 전 KF가 한국학 지원 프로그램에 착수한 이래 거둔 수많은 성과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KF가 그간 세계 무대에서 한국학 인프라 조성에 기울여 온 꾸준한 노력은 이미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탁월한 성과는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오늘날 한국학은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사회과학 같은 예상치 못한 분야로까지 성장하고 다변화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KF는 세계 각지의 수많은 대학에 설치된 한국 관련 프로그램들이 현저하게 성장하고 진화하며, 한국학이 일종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 마지 않을 것이다. 한국학이 발전의 동력을 얻는 데에 KF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한국학자 개개인이 보여준 특출한 재능과 헌신, 프로페셔널리즘, 풍부한 열정도 놀라울 정도이다. 중국학이나 일본학 같은 다른 학계에도 헌신적인 전문가들이 있으나, 이 한국학 ‘전도사’들에게는 더 특별한 무엇이 있어 보인다. 이들이 개인적인 꿈을 추구하고어떤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보여주는 열정과 헌신은 비할 데가 없다.
대회장은 참석자들이 처음 등록하던 순간부터 막간의 휴식 시간들, 오찬과 정찬 석상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활기가 넘쳤다.이 활기찬 분위기는 청중과 초청인사 사이에 흐르는 동지의식의 산물이었다. 그 속에서 학계의 중진 연구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소장 연구자, 경험은 다소 부족하지만 열정은 뒤지지 않는 젊은 학자들, 한국 학계 인사와 학생들, 외국의 한국사 박사과정생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전반적으로 한국학의 미래는 밝다. 앞서 언급한 야심 찬 학자들의 대두를 이끈 KF의 투자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비록 추가적인 재정 확보가 절박한 상황에서 기인한 벅찬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지만, 최근 한국 정부가 주도하여 설립한 공공이익 증대를 목적으로 한 중견국가들의 모임인 믹타(MIKTA)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믹타는 오랜 시간 상황에 따라 선진국으로도 개발도상국으로도 비춰졌던 한국이 이제 중견국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선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학이 처한 상황에 비해 분명한 우위를 지니고 있는 중국학이나 일본학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 뒤쳐져 있다는 점을 기회로 삼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도전자의 위치에서 얻는 승리는 크든 작든 간에 일종의 역전을 이룰 수 있고, 그 열매는 더욱 달콤할 것이다.
KF 영문 에디터
Dean J. A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