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잠재력을 분출시킬 날을 기다리는 아시아 미술

2007년 여름. 유럽은 가뭄과 홍수, 이상저온과 더위로 상극을 보이는 날씨 속에서도, 10년 만에 ‘미술의 여름’을 맞이 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격년제로 열리는 미술전람회 ‘베니스 비엔날레(6.10~11.23)’,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열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미술시장 ‘아트바젤(6.13~17)’, 독일 서부 도시 카셀에서 5년 주기로 열리는 현대미술 전람회이자 당대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지표로 인정받는 ‘카셀 도쿠멘타(6.16 ~9.23)’, 역시 독일 서부 도시인 뮌스터에서 10년 주기로 열리는 공공미술 전시회 ‘뮌스터 조각프로젝트(6.17~9.30)’ 등 세계적인 수준과 규모를 가진 미술관련 대형 전시회들이 세계 각국에서 유럽을 찾은 미술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영석의 비디오 작품-드라마 3. 2004-5 (출처:ZKM)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을 제외하면, 서구에서 열리는 미술전람회들과 미술시장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이 서구인들의 시각에 의해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 40여 국 120여 명의 작가가 초청된 이번 카셀 도쿠멘타에서 단 한명의 한국작가도 초청되지 않은 것(중국 8, 인도 4, 일본 3, 이스라엘 2,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각 1명)은 작가들 개개인의 역량을 넘어선 문제이기도 한 터라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것은 유럽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미술순례여행의 중간 기착지라 할 만한 위치에 자리한 독일 남부 도시 칼스루에의 미디어아트센터(ZKM)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현대미술전(Thermocline of Art - New Asian Waves, 6.15~10.21)이다.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본 아시아의 현대미술’이라는 기획 아래, 해양물리학의 용어인 ‘Thermocline 수온약층(水溫躍層)’을 통해,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예술적 잠재력이 분출 직전에 있는 상태로 정의한 대형 전시회이다.



▲ZKM 전시장 (출처: 김용성)
이 전시회는 광주 비엔날레 등에서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이원일 씨가 전시감독을 맡았으며, 각국의 큐레이터와 공동으로 선정한 아시아 20개 국 110여 명의 작가, 250여 점의 작품들이 ZKM 내 신예술 미술관의 전시공간에 선을 보였다. 전시회의 제목에 걸맞게 아직 ‘뜨지 않은’ 신진작가들 위주로 선정했다는데, 26명 작가의 작품이 출품된 한국은 27명의 중국, 17팀의 일본과 함께 중심축을 이루었다. 흥미로운 것은 칼스루에 전시에서 소개된 작가들 중, 이스라엘 작가 한 명만이 카셀에 소개 되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입맛이 다르다는 얘기도 되겠다.

전시기간의 절반이 지난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대형 전시회들에 동반해 유럽에서 자신의 시각으로 ‘아시아 미술 붐’을 일으키려는 시도는, 방문객 통계(약 15,000명, 2007년 8월 14일 현재)에서도 보듯 ─ 미술잡지들에 꾸준히 광고를 게재함에도 ─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는 듯하다. 그만큼 유럽예술계의 문턱은 높다. 큐레이터들의 안목에 의존하게 되는 이런 미술 전람회의 구조를 감안하면, 이와 같은 행사를 통한 문화교류에 투자를 늦추지 않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