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김밥이다. 지난 해 한국에 와서 처음 김밥을 먹었을 때,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다.
 김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보통 김밥에서 불고기 김밥, 갈비 김밥에 이르기까지 속재료가 다양하고 맛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것은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입맛에 맞게 아줌마한테 재료를 넣거나 빼달라고 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참치 김밥과 계란말이 김밥을 가장 좋아한다. 나 같은 ‘김밥 매니아’가 빼놓을 수 없는 일은 여기저기 다니며 다양한 김밥을 맛보는 일이다. 재료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맛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말하자면, 참치김밥에 마요네즈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밥의 양과 식감은 어떤지, 속재료와 김의 종류는 무엇인지에 따라 맛이 싹 달라진다. 내 입맛에 맞춰 재료를 고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앞으로 김밥이 세계화되어 각국 고유의 식재료들과 조화를 이루는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난 말레이시아에 돌아가서 말레이시아 특유의 맛을 더한 김밥을 만들어 먹는 상상을 한다.
 둘째, 사는 데 3분이면 충분하다. 서강대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을 때 ‘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한국인들 사이에 만연한 ‘빨리 빨리’ 문화였다. 특히 출근 시간에는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지하철역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많은 직장인들, 학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아침거리로 김밥을 사먹는 모습도 일상적인 광경이다. 직장인이든, 어린 학생이든, 여행자든 이동 중인 사람에게는 김밥만한 음식이 없다. 김밥이 없었다면, 빠르고 간편한 음식이 필요할 때 한국 사람들은 뭘 먹었을까? 김밥만큼 ‘빨리 빨리’에 딱 맞는 한국 음식은 떠오르지 않는다.
 셋째, 찾기 쉽다. 대략 400미터마다 하나씩 길거리 김밥집이 눈에 띈다는 데 많이들 동감할 것이다. 다른 한식이나 패스트푸드, 외국요리를 파는 번듯한 식당들 사이에서도 길거리 김밥집이 여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점이다. 김밥집을 지날 때마다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불문한 많은 사람들이 김밥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다. 해외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대에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김밥 문화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 김밥의 놀라운 점은 어디서나 든든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한국인들과 나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1년 즈음 살면서 얻은 김밥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단상이다.
 김밥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문화와 사회적 환경을 보여준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 중 김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진정한 한국을 맛보지 못한 것이나 다름 없다.

누울 잇스라 카마루딘
2014 KF 한국어 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