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닭 한 마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실은 나도 올해 여름 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자주 먹다 보니 즐겨 먹게 된 한국 음식이다. 한국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닭 한 마리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놀라서 나보고 한국 사람 다 됐단다. 내가 이 음식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여름방학 때 비가 오던 어느 날, 조만간 고향에 돌아갈 친구를 신촌역에서 만나 특별한 음식을 먹을 예정이었다. 마지막이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우유와 밀가루와 고추장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친구가 그런 재료가 안 들어가는 닭 한 마리를 먹자고 해서 처음 먹게 됐다.
닭 한 마리는 큰 냄비에 깔끔한 국물과 감자와 파와 떡을 넣은 일종의 닭 스프다. 맛을 더해 주고 싶으면 국물에 바로 마늘을 넣으면 된다. 아주머니가 가위로 싹둑싹둑 닭을 잘라주시면서 10분 후에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냄새가 좋은 국물이 끓고 나자 부드러운 닭과 국물이 하나가 됐다. 닭을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놀랐던 것은, 닭을 먹은 다음에 친구가 계란죽을 주문해서, 오래 끓인 국물에 다시 한번 푹 끓인 죽을 먹게 된 것이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었다. 그날 우리는 한국 생활에 대한 추억을 나누면서 오랫동안 식사를 즐겼다.
지금도 친구들과 느긋하고 편안한 식사 시간을 보내려면 닭 한 마리 식당에 가곤 한다. 서울에 살면서 빠른 속도의 생활을 하다 보니, 그날처럼 여유롭고 즐겁게 지내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지아 줄리아니
2014 KF 한국어 펠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