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홍대, 대학로, 광화문 등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에는 어김없이 주말 장터가 들어선다. 예전에도 중고품을 거래하는 벼룩시장이 있었고, 지방에는 여전히 전통 오일장이 남아 있지만, 지금의 시민장터는 취급하는 품목부터 참가자의 저변까지 무한히 넓고 다양해졌다.
런던, 파리, 도쿄의 벼룩시장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꼽히는 것처럼, 지금 한국의 시민장터들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 찾기 어렵던 농산물이며 식료품부터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공예품까지, 저마다 다른 특성과 매력에 그 어느 장터를 가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각양각색 장터들에도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대형 쇼핑몰에서는 경험할 수 없을 소통과 열정의 에너지다.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수제품이 거래되면서, 장터에는 생기 가득한 열정이 흘러 넘친다. 이러한 흐름에는 국경이 없다. 장터마다 구경하러 혹은 자국에서 가져온 독특한 물건이나 손수 만든 음식을 팔러 나온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전시·공연과 워크숍 등 풍성한 즐길 거리가 더해지면서,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서 사람이 어우러지고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북적대는 작은 장터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이나마 느리지만 개성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체험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상업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이제는 소통과 교감의 장으로 거듭난 시민장터, 어떤 곳들이 있을까?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 서울 대학로에서 다품종소량생산 농부들을 중심으로 요리사와 수공예 작가들이 함께 만드는 시장. 토종 작물은 물론 땅콩호박, 벨가지처럼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채소나 과일을 살 수 있는 데다, 이국적인 음식도 많아서 서울에 사는 외국인도 즐겨 찾는다.
-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 매월 둘째주 월요일
이슬람 사원 뒤 이국 장터, 계단장 이태원 주민들과 거주 작가들이 함께 하는 생기 넘치는 벼룩시장으로, 이슬람 사원 뒤 계단이라는 독특한 장소에서 열린다. 계단 층층이 펼쳐진 가지각색 물품들과 먹거리, 이태원답게 외국인 셀러들이 들고 나온 이국적인 빈티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 모인다, 벨롱장 제주도로 이주한 30-40대 문화예술인들이 중고물품을 교환하는 조그만 벼룩시장으로 출발해서 제주도에서 가장 큰 아트마켓으로 성장했다. 벨롱장 셀러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 즉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판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은 장터를 더욱 흥겹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