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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발길 따라 한국사랑 듬뿍 얻어요

지난 11월 2일 세계 25개국에서 날아온 55명의 젊은이들이 전북 남단의 소도시 고창군을 찾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한국어 펠로십에 선발된연수생들을 위해 마련한 2007 추계답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추계답사는 1일 충남 공주시 송산리 고분과 미륵사지 탐방에 이어 목포까지 내려가 1박한 뒤 2일 고흥군, 3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까지 이어졌다.

평균 경쟁 뚫고 한국어연수 펠로 선정
전체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옛 백제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국토 서남단을 훑어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어연수생을 대상으로 매년 봄, 가을 두차례 이같은 답사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한국의 각 지방을 돌아보면서 다양한 문화유적을 살펴보고,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접하게 된다. 한국어 펠로십은 세계 각국의 한국 연구 학자나 대학원생 등 한국 관련 업무 종사자들에게 체계적인 한국어 연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선발된 펠로들은 주로 국내 대학교 부설 어학연구소에서 한국어연수를 받고 있다.
펠로십 참여 자격은 한국학 등 한국 관련 학문을 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석.박사 과정을 중심으로 하며 기초적인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한국관련 강의, 연구활동을 진행하거나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 및 강사, 연구원, 한국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물관 큐레이터, 도서관 사서, 정부기관 종사자도 포함된다.
이번 펠로십에 선정된 연수생들 대부분은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최고령자는 올해 36살의 우즈베키스탄 외교관 Bakhodir Alikhanov, 최연소자는 21살인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대학교 4학년 Svetlana Tsareva이다. 이밖에 상당수는 본국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 중이거나 강단에 서는 교수, 연구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재단은 펠로십 수혜자에게 체재비를 지원하고 그밖에 입국 지원금과 연수기간 등록금 등을 지원해준다. 지원기간은 기본 6개월에 성적 우수자에 한해 기간을 3~6개월 연장할 수 있다. 이들 한국어연수생들은 본국에서의 한국 관련 학문연구와 업무에서 벗어나 직접 한국에 체류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을 접하면서 일상문화까지 체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성취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기행 통해 실감나는 한국문화 체험
이번 추계답사의 이틀째 일정은 목포 유달산에 올라 신안군도(群島)와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을 둘러본 뒤 고창으로 이동, 고인돌 유적지와 고창읍성 탐방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고창읍성에 도착하자마자 추계답사 참가자들은 4개조로 나뉘어 시종 진지한 눈빛으로 읍성 이곳저곳을 살폈다.
고창읍성은 전남 승주의 낙안읍성,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평지 성곽으로 꼽힌다. 둘레 1.7km, 면적 16만5858㎡(5만172평)의 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인 1453년 왜구를 막기 위해 축성했다고 한다. 추계답사 참가자들은 고창읍성 탐방을 통해 외침에 대비하는 옛 한국 백성들의 삶과 조선시대의 제도, 풍습 등을 짚어볼 수 있었다.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쌓은 성곽을 따라 걸으며 ‘치성(雉城)’의 기능을 알아보고 산성과 읍성의 차이, 객사의 역할 등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였다.
특히 참가자들은 이번 추계답사의 가장 인상적인 추억으로 한국의 가을풍경을 꼽았다.
한 참가자는 “가는 곳마다 갈색으로 물든 활엽수와 푸른 하늘, 추수를 마친 들판이 펼쳐진 시골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이런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한국에 대한 사랑이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Irina Alexandrovna Korgun
러시아 생페테스부르그 국립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한국 경제발전의 화두 잡고 박사논문 준비

러시아 생페테스부르그 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Irina Alexandrovna Korgun씨는 지난 2005년부터 매년 한국을 찾아왔다. 이번 한국어 펠로로 세번째 한국을 찾은 셈이다.
“세계경제를 전공하던 중 한국의 경제발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지금 준비 중인 박사학위 논문도 한국경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요.”
이제 한국과 관련된 것은 다 좋아졌다는 그는 목포 현대호텔에서 관람한 전남도립국악단의 공연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국악공연의 의상과 춤 등이 무척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침엽수 숲만 있는 러시아에 비해 낙엽이 쌓이는 한국의 가을 풍경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고창읍성으로 오기 전 고창읍내 식당에서 먹은 비빔밥도 최고였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앞으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경제관련 재단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학교에 남아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에 대한 꿈도 간직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한국공부가 탐스런 결실로 영글어가고 있다.




Manish Kumar Barnwal
인도 네루대학교 한국어문학 석사과정
한국 스님 통해 배운 한국문화 흥미진진

인도 델리의 네루대학교 한국어문학 석사과정생인 Manish Kumar Barnwal씨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문화를 접하게 됐다. 지난 1995년 인도를 방문한 한국 스님을 만난 것이 낯선 문화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한국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으로 다른 문화에 폭넓은 관용성을 보이는 인도의 문화적 토양을 들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지난해 8월 아시아청소년 행사 참가에 이어 두 번째. 당시 그는 한국에 25일 동안 체류하며 새로운 문화를 체험했고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방문했던 경주의 불교유적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Manish Kumar Barnwal씨는 세월이 오래 흐르다 보니 이야기만 남아 있고 실제 유물과 유적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들이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한다. 그는 사회봉사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서 학업을 마치면 적당한 단체를 찾아 사회와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