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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국가에서 울려퍼지는 한국인의 열정

대전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이 쿠바 아바나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작은 몸으로 슬픔을 열창하는 나비부인의 아리아를 듣고 많은 관객이 눈시울을 적셨으며, 이 순간 쿠바합창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은 한마음이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와의 세 번째 만남
지난 2007년 5월, 쿠바 국립공연예술위원회는 오페라<나비부인>의 공동주최를 희망하는 초청장을 대전오페라단에 보내왔다. 우리나라와 미수교 국가에서의 공연은 설레는 만큼 비자문제 등 준비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다. 그중 가장 난감한 것은 무대에 오르기 하루 전날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다. 배우와 스태프가 만반의 준비를 다 했음에도 공연날짜가 아무 이유 없이 변경되는 일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매년 쿠바 공연은 기쁘기도 하지만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암펠로스 그룹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 및 협찬으로 한국과 쿠바의 2008년 오페라 공연이 준비되었다. 대전오페라단을 비롯한 민간단체는 항공료 등 일부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해외공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심의기간은 공연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는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매년 1월 중순경 공연을 올리기로 쿠바 측과 약속한 상태라 최소한 전년도 11월 말까지는 공연 확정 통보를 해야만 쿠바에서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공연의 어려움은 지휘자와 출연자의 교체였다. 대전을 떠나기 전, 쿠바 국립극장에서 자신들의 극장 사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공연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공동주최이기에 공연날짜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문제였다. 또한 캐스팅한 가수들이 한국에서도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 공연날짜 변경이 어려웠다. 급히 수소문을 해 쿠바에서 원하는 기간에 공연할 수 있는 가수들로 다시 캐스팅하였다.
쿠바에 도착하자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으로 보내온 무대 도면과 실제 무대가 다른 것을 무대세트를 설치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결국 가수들의 움직이는 동선을 모두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연출가와 가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속에서 공연장에 맞게 최대한 동선을 수정하고 다시 연습을 시작하였다. 한편 한국 분장의 정유림ㆍ박경희 선생과 통역 겸 조연출 김형준 선생이 쿠바 국립발레단의 강연요청으로 분장 특강을 열었다. 한국의 분장기술을 배우려고 온 쿠바 아바나의 메이크업 종사자들과 학생들로 교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념을 뛰어넘는 예술의 힘
드디어 첫 공연일인 2월 29일.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힘들게 한국에서 공수해온 무대의상과 가발, 그리고 메이크업 등이 쿠바 무대에서 빛을 발하였다.
둘째 날 공연인 3월 2일 오후 5시 쿠바 아바나 국립극장에서 쿠바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쿠바 관객, 그리고 100년 전 한국인 이민노동자들의 후손과 현지 한국 기업인 등 1,000여 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극중 핑커톤의 배신에 아이까지 떠나보내야 하는 나비부인이 작은 몸으로 슬픔을 열창하는 아리아를 듣고 대다수 관객은 눈시울을 적셨다. 쿠바합창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이 한마음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페라의 막이 내리고 아바나 국립극장에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울려퍼졌다. 한국에서 오페라 공연을 위해 쿠바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3시간이 넘는 거리를 한숨에 달려왔다는 한인 후손들에게서 한국인의 열정적 노래와 성악 실력에 같은 핏줄로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출연자와 한인후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쿠바 공연을 물심양면 도와준 암펠로스사의 문윤미부장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정부가 외교관계가 없는 한국의 예술단체를 3년째 초청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쿠바에서의 한국 예술단체공연은 현재 대전오페라단이 유일하다. 최남인 대전오페라단 단장은 문화예술사절단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공연을 준비해왔으며, 이 기간에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으려고 항상 최선을 다하였다. 암펠로스사와의 인연으로 쿠바 공연이 성사된 후 사비를 들여 공연을 치르는 대전오페라단의 열정은 쿠바 정부를 감동시켜 쿠바 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까지 이어졌으며, 3년간 초청공연이 성사되었다. 이번 공연소식을 접한 북한대사관 서기관은 숙소를 방문해 한민족으로서 반가운 마음에 격려차 찾아왔다며 반가움을 표시하였다.
극장을 찾은 쿠바 문화예술위원회 장관은 대전오페라단과의 공동공연을 통해 쿠바 예술인들이 수준 높은 한국 공연예술을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의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대전오페라단의 공연을 통해 한국과 쿠바의 문화ㆍ경제 등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나아가 양국 간 좋은 유대관계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