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만나는 한국문화:
미국 한국학의 산실, USC 한국학도서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한국해로 표기한 17~19세기 지도들, 초기 이민 한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이광수의 ‘무정’ 재판본(1922년 출간)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현재 LA 중심에 위치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이하 USC) 한국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남가주대학으로도 잘 알려진 USC는 1986년 한국학도서관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대학 당국은 물론, 한국 및 LA 지역의 동문, 교민들, 그리고 KF와 같은 여러 재단과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 오늘날 한국학 관련 장서 10만여 권을 보유한 미국 내 최우수 한국학도서관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USC 한국학도서관의 장서량은 USC 동아시아도서관 전체 자료의 50% 가까이 차지합니다. 이는 평균적으로 5~10% 비율로 한국학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미국 내 다른 동아시아도서관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USC 한국학도서관에는 다양한 분야의 도서 이외에도 정기간행물, 비디오, DVD, 마이크로필름, 지도(희귀본 180 장 포함), 사진 등 각양각색의 시청각 자료가 있습니다. 특히 희귀한 한국 관련 자료를 인터넷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구축해 학생들과 학자들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요 아카이브인 ‘한국해(동해) 고지도 아카이브’는17~19세기 외국에서 제작한 지도 중 동해를 ‘한국해’ 로 표기한 133 점의 원본 지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주한인전자자료관’은 수만 쪽에 달하는 4,000여 건의 문서, 3,000여 장의 사진, 80개의 음성 녹음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중 1909년 미국에서 조직된 독립운동단체 ‘대한인국민회’ 기록물은 미주 한인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사료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2002년 국민회기념관에서 발견됐던 1903~1965년 사이의 희귀 사료 20박스 분량을 새롭게 인계받았으며, 현재 한국학도서관에서 이 자료들의 분류 및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해 여러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서신, 사진, 공문, 보고서, 회의록 등을 USC 디지털 도서관을 통해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1966~1981년 한국에서 봉사한 2000여 명의 미국평화봉사단원들의 기록을 모은 ‘평화봉사단 한국 디지털 아카이브’가 6월 말 공개될 예정이며, 한국전쟁 고아 관련 자료 모음인 ‘조지 드레이크 콜렉션’ 등 여러 주요 아카이브 구축 사업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USC 한국학도서관은 방대한 자료들을 소장할 뿐 아니라 이 자료들이 여타 지역에서도 연구자료로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게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류와 함께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한 인식과 지적 수요가 매우 고조되어 있는 지금, USC 한국학도서관은 앞으로도 해외에서 한국학을 발전시키는 핵심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글 박미소
USC 한국학도서관
미주한인전자자료관 기록물 (사진제공 USC 한국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