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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한국학의 미래를 전망한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동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링난 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소(Centre for Asian Pacific Studies, CAPS)는 지난 5월 8일 한국에 관한 제6회 연례회의(한국학 워크숍)를 개최하였다. ‘남북한 60년: 회고와 전망(The Koreas at Sixty: Retrospect and Prospect)’이라는 주제 아래 개최된 이 국제회의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의 지난 60년을 되돌아보고, 최근의 시사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였다.



한국학 워크숍의 시작
한국학 워크숍은 2003년 당시 에드워드 첸 교수와 브라이언 브리지스 교수의 지도 아래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첫째 목표는 경제적, 전략적, 문화적으로 홍콩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고, 둘째 목표는 홍콩 내 여러 대학과 기관의 학자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학자들은 물론 남북한 학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이번 연례 회의는 깊이와 폭에 있어 모두 성장하였다. 특히 링난 대학의 인문교양 분야 전통을 반영하여 학제 간의 성격이 강한 측면을 보여줬으며, 학자들과 외교계, 언론계, 재계, 정부의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 사회변화, 한류, 어학교육, 국내정치, 지역주의, 이웃 강대국들과의 관계 등 다양한 분야의 쟁점에 대해 토론했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이 연례회의는 보통 비공개 방식으로 열린다.

경제, 사회 및 정치, 국제관계 논의
올해에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논문 발표자와 토론자 외에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이화여대 김은미 교수, 연세대 이재민 교수, 경희대 박한규 교수 등 세명의 저명한 학자들을 서울로부터 초청할 수 있었다. 또한 북한의 군축평화연구소 중진 학자 두 명, 중국의 상하이 국제학연구소 학자 한 명이 발표를 했다.
여러 분과를 통해 다루어진 분야는 경제적 변화, 사회 및 정치적 변화, 국제관계 등 크게 세 가지였다.
경제 분야 토론에서 두 가지 주제가 거론되었다. 거시적 차원에서 한국이 아시아 외환 위기의 가혹했던 경험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며, 아울러 위기 이후 치러야 했던 개혁의 대가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던 점과 추진된 개혁이 경제발전에 필요한 모든 문제의 해결을 가져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중소기업의 상대적 중요성, 특히 서비스 분야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의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합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도 강조되었다.
사회 및 정치 분과에서도 두 가지 주요 주제가 부상했다. 하나는 중요하지만 좀처럼 분석되지 않은 현상, 즉 한국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는 비 한국계 공동체와 이들 공동체가 한국인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시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라는 주제였다. 단일 언어, 단일 민족 사회의 기풍이 도전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던 또 다른 주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의 한국 정치 전통과의 연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며, 한국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직 임기 초반이라는 점에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참가자들은 한국정치에 새로운 세력, 특히 시민사회의 힘이 부상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마지막 분과는 남북한 관계,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태도 및 정책에 대한 시각, 중국의 중재자로서의 다각적인 역할, 외부의 영향, 특히 유럽형 경제개혁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 등과 같은 주요 문제를 다루며 한반도의 정치적, 전략적 위치를 점검했다.

중국-미국과의 관계 설정 중요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던 한 가지 주요 변수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상황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이 유동적인 국제 상황과 다자주의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주의 깊고 전략적으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였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나라와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인지, 양국과의 관계를 균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는 그것이 바람직한지를 놓고 참가자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최근 몇 달 들어 남북한 관계는 더욱 팽팽해졌으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직면하게 될 장해물에 대한 우려도 표명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남북한 관계에 튼튼한 토대를 놓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지닌 정서적이고 실질적인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거론되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일단 핵문제가 해결되면 현재의 6자 회담이 단일 문제를 다루는 포럼에서 북한과 동아시아의 다자 지역 기구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한반도가 지난 60년간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오늘날 한국사회가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는 한편, 저변에 깔려 있는 중요한 연속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자 했다.
링난 대학의 한국학 워크숍 시리즈를 돌아보며,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브라이언 브리지스 교수는 이 회의가 홍콩내 남북한 전문가들이 서로 만나고, 남북한 및 세계 각국에서 온 교환학자들이 함께 만나는 중요한 포럼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히 평양에서 온 학자들이 올해 워크숍을 포함하여 세 차례나 참가함으로써 이 연례 회의가 학자들이 비공식 석상에서 북한 학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견해를 들으며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드물고도 효과적인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회의장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대화는 서로의 시각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한국과 홍콩 학자들 간의 이 같은 만남은 좀 더 정기적인 의견 교류뿐 아니라 잠재적인 공동 학술연구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