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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우크라이나 학술 문화 교류

2008년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수교한 지 16주년 되는 해이자 셰브첸코 키예프국립대학에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된 지 11주년 되는 해이다. 이 뜻 깊은 시기를 맞이하여 키예프 국립대학교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대한민국 대사관의 후원으로 한-우크라이나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혹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나 남미의 우루과이와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 위치한 광활하고 풍요로운 나라다.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가장 영토가 넓고(603,700㎢) 인구는 유럽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다. 러시아의 어머니 키예프공국(9~11세기),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얄타회담이 열렸던 장소, 동유럽의 젖줄 드네프르 강, 지금도 고통 속에 신음하는 사람이 생존해 있는 1986년 4월에 일어난 인류 최악의 재앙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땅….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 그 나라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우크라이나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된 키예프 국립대학교는 우크라이나 학문의 전당으로 1834년 개교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으로 3,000여 명의 교수진과 25,000명의 학부생, 10,000여 명의 대학원생이 각자의 분야에서 학문을 닦고 연마하는 우크라이나 최고의 대학이다.
한국어문학과는 1997년 개설되었으며 매년 10여 명의 신입생을 뽑아 한국어문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한국 관련기업에 취직시켜 양국 학술 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5명의 교수와 46명의 학부생 및 3명의 대학원생이 오늘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학에 매진하고 있다.



열정이 넘친 강의
학술회의는 키예프 국립대의 인문대학 대강당에서 1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한국과 우크라이나 학술 문화교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2008년 7월 2일 오전 10시에 개최되었다. 학술회의 발표에 앞서 세메뉴크 G.F 인문대학장 및 박노벽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의 축사가 있었으며 논문 발표는 발표자의 개성에 따라 우크라이나어,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가 자유롭게 오고 갔다.
기조 발표자로 나선 러시아 한국학의 일인자 콘체비치 교수(러시아 아카데미)는 발표 시간을 넘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도 77세의 이 노학자는 준비한 원고를 모두 읽으려고 했고 학술회의를 원만히 진행해야 하는 필자는 시간이 초과되고 있음을 두 번이나 말씀드렸다.
두 번째 한국 측 기조 발표자로 나온 조광 교수(고려대 한국사학과) 역시 콘체비치 교수 못지않은 열정으로 많은 준비를 해왔는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생소한 빔 프로젝트를 사용하여 ‘외국인이 한국사를 배울 때 고려할 사항들’, 특히 일본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에 관하여 집중 발표를 하였다. 마침 회의 청중으로 참석한 일본인 교수는 이에 대해 정확한 지적이라는 논평을 하기도 하였다. 이어서 본다 렌코 교수(키예프 국립대)는 김소월 시에 관하여 발표하였고, 김흥규 교수(고려대 국문학과)는 ‘한국문학사에 투영된 아버지의 초상’이라는 주제로 한국문학에 관하여 발표하였다.

빈틈없는 준비, 청중 압도
즐거운 점심시간에는 100여 명의 발표자와 청중이 모두하나가 되어 인문대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어느 학술회의든 식후 발표는 좀 느슨하고 졸음이 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 임영상 교수의 열정과 철저한 준비로 오히려 긴장하는 순서가 되었다. 임 교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과 양국의 문화산업을 특히 영상.영화.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의 경우와 비교하며 양국 문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탁월한 영상을 담은빔 프로젝트는 청중을 압도하였다.
여러 발표자가 나름대로 연구하고 준비한 원고를 발표했는데 이길주 교수(배재대 러시아문학과)의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영어 발표와 김현택 교수(한국외국어대 러시아문학과)의 아나톨리 김에 대한 러시아어 발표는 청중을 완전히 집중시키는 매력을 발산하였다. 김 교수가 러시아교포 학자냐는 질문에 필자가 한국에서 오신 분이라고 이야기하자 많은 청중이 놀라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모든 발표자가 열심히 발표를 하였는데 마지막 발표자인 모센키스 교수의 발표와 논쟁으로 학술회의는 거의 50분 정도 늦게 끝났다. 키예프 국립대의 논객으로 여러 학술회의에 참가하여 많은 발표와 토론을 해온 모센키스 교수가 한국어 근원의 새로운 개념이라는 소논문을 발표하자 여러 사람의 질문이 이어졌다.
학술회의를 준비하며 많은 고생과 걱정을 했는데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번 학술회의를 계기로 한-우크라이나 양국 간 교류가 학술.문화 등 다방면에서 더욱 활발히 진행되기 바란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참석해주신 여러분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여러분, 그리고 주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대사님과 문경남 서기관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